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산읍 제주도의원 선거구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라는 상징성 속에 최근 ‘주민투표’ 논란과 제2공항 찬반 공방이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확산되면서 성산읍 선거가 제주도지사 선거와 서귀포 보궐선거 전체 흐름과 직결되는 ‘제주선거 종합축소판’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성산읍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우도로 향하는 성산항, 아름다운 해안 절경의 섭지코지 등을 품은 제주 대표 관광지다. 인구는 약 1만5000여 이다. 관광·어업·농업이 공존하는 제주 동부권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동시에 제주 제2공항 예정지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제주 사회 최대 갈등 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
현재 도의원 성산읍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양홍식 후보와 국민의힘 현기종 후보 간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지역 발전과 갈등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선거전 핵심 이슈는 사실상 제주 제2공항 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성산읍 선거를 단순 지역구 경쟁이 아니라 ‘제2공항 민심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의원 1석 규모 선거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제주 정치권의 제2공항 전략과 메시지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성산읍이 사실상 ‘최후의 방어선’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제주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상당수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열세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제2공항 핵심 지역인 성산읍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징적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제주 동부권 개발과 제2공항 추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성산읍에서 패배할 경우 단순 지역구 1석을 잃는 수준을 넘어 제2공항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됐다는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현기종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를 ‘성산 민심은 여전히 제2공항 추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상징적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현기종 후보가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호 후보를 상대로 53.0%를 득표하며 47.0%를 얻은 고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 약 6%포인트 차 승리는 성산읍 내 제2공항 추진 기대감과 동부권 개발 여론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성산읍은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11년 가까이 제주 사회 최대 갈등 현장으로 자리해 왔다. 찬성 측은 지역 균형발전과 관광·물류 인프라 확대, 항공 안전 강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반대 측은 환경 훼손과 숨골 문제, 조류 충돌, 소음 피해, 공동체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제2공항 문제가 다시 지방선거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성산읍 선거의 정치적 상징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성산읍은 오랫동안 제주 동부권 개발 소외론과 균형발전 요구가 강하게 제기돼 온 지역이라는 점에서 단순 공항 찬반을 넘어 ‘제주 미래 발전 방향’을 둘러싼 상징 공간으로도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문성유 제주도지사 후보는 지난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년 동안 반복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이제는 끝내야 할 시점”이라며 “주민투표든 어떤 방식이든 결정을 계속 미루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정부가 최근 ‘차기 도정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주민투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또다시 갈등만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조속한 행정적 결론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진보당 김명호 제주지사 후보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문 후보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는 “문성유 후보의 기자회견은 결국 주민투표 거부 선언”이라며 “도민 다수가 요구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년 동안 제주사회는 환경영향과 숨골, 조류 충돌, 소음, 경제성 등을 놓고 끊임없는 검증 논쟁을 반복해 왔다”며 “도민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행정 결정은 또 다른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제주지사 후보 역시 갈등 해소와 도민 통합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위 후보는 공개적으로 강한 찬반 입장을 내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갈등 관리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제주 제2공항 범도민추진위원회까지 공개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선거 국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범도민추진위원회는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은 이미 국가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국가 핵심 기반시설 사업”이라며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절차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최근 논란이 된 ‘주민투표 검토 가능’ 발언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회신과 국토부 입장을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진위는 정치권을 향해 “선거 때마다 제2공항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며 지역 갈등과 도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선출되지도 않은 차기 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압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방은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로도 번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성범 후보는 지난 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문제도 피하지 않겠다”며 “현재 기본계획 고시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것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환경영향평가와 제주도의 심의,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며 “결국 도민 여론과 의회의 판단, 절차적 신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잡한 갈등일수록 절차와 신뢰로 풀어야 한다”며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대 후보인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고기철 후보 측 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서귀포 시민들은 더 이상 구호와 이미지 정치에 속지 않는다”며 “누가 진짜 서귀포의 미래를 위해 싸워왔는지, 누가 선거 때만 말을 바꾸는지 끝까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2공항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의제가 아니라 서귀포 미래 산업 구조와 지역경제, 청년 일자리, 관광·물류 체계와 직결된 국가사업”이라며 “선거가 시작되자 갑자기 제2공항 추진 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성범 후보는 제2공항 조기 착공과 개항을 정치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가”라며 “선거 때는 추진을 외치고 선거 후에는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미루는 정치에 서귀포 시민들은 이미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공방이 결국 성산읍 민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2공항 추진 기대감과 함께 장기간 이어진 갈등 피로감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갈등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충분한 검증과 도민 동의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성산읍 선거는 단순한 도의원 1석 경쟁이 아니라 제2공항에 대한 지역 민심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 선거가 되고 있다”며 “성산읍 결과가 향후 선출될 도지사와 국회의원의 메시지와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기 제주도정이 제2공항 문제 대응의 핵심 주체가 되는 만큼 성산읍 민심은 사실상 차기 도정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동시에 투영되는 공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4~15일 후보 등록 이후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성산읍은 도지사 후보들과 보궐선거 후보들의 집중 방문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제2공항을 둘러싼 주민투표와 추진 여부 공방 역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