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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도의원 선거 최소 8곳 경쟁 실종 가능성 … 정책 검증 기회조차 사라질 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주에서 무더기 무투표 당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압도적 우세가 경쟁 실종으로 이어지면서 정작 주민들은 투표조차 하지 못하는 ‘무투표 당선의 역설’ 상황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제주도의원 선거 32개 전 지역구 공천을 모두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공천장 수여식을 열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15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세 차례 추가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실제 공천 가능 지역은 17곳에 그친 상태다. 본 후보 등록이 임박한 상황에서 추가 인재 영입 가능성도 크지 않아 상당수 지역에서 사실상 단독 후보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지역이 15곳인데도 실제 무투표 당선 가능 지역이 8곳 안팎으로 거론된다.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아직 추가 공천 가능성이나 진보진영 출마, 무소속 출마 변수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일부 지역에 추가 전략공천이나 막판 인재 영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조직 기반이 있는 지역 인사나 과거 출마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막판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반면 현재 거론되는 8개 안팎의 선거구는 국민의힘과 무소속 모두 사실상 출마 움직임이 없거나 조직 구성이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상 무투표 확정 단계에 들어간 곳들”로 보고 있다.

 

무투표 당선 가능 지역으로는 ▶일도1·이도1·건입동 한권 후보 ▶이도2동갑 김기환 후보 ▶화북동 강성의 후보 ▶삼양·봉개동 박안수 후보 ▶아라동갑 김봉현 후보 ▶애월읍을 강봉직 후보 ▶대천·중문·예래동 임정은 후보 ▶남원읍 송영훈 후보 등이 거론된다. 모두 민주당이다.

 

추가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지역에서는 투표 자체가 실시되지 않는다.

 

역대 선거와 비교하면 이번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주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그동안 대체로 0~3명 수준에 머물렀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에는 도의원 3명과 교육의원 4명 등 모두 7명이 무투표로 당선돼 당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된 가운데서도 도의원 지역구에서만 최소 8곳 안팎의 무투표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의원을 제외한 순수 도의원 지역구 기준으로 보면 2018년 3곳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2018년의 경우 교육의원 선거 특수성이 무투표 당선 규모를 키운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당 간 후보 수급 불균형과 야당 후보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무투표 당선이 일부 특수 선거구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의원 선거 전반의 경쟁 실종 문제로 번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거론되는 8개 선거구에서 추가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선거는 제주 지방선거 사상 ‘도의원 지역구 무투표 당선’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경쟁이 약한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이 일정 부분 출마해 표심을 가늠할 최소한의 구도는 유지됐지만 이번에는 그 완충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쟁은 사라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직력과 정당 지지세 우위를 재확인하는 결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0조 제2항은 선거구 내 후보자가 선출 정수 범위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제275조에 따라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면 선거운동도 즉시 중단된다. 거리 유세와 명함 배부, 현수막 게시 등 공식 선거운동은 물론 공직선거법 제65조에 따른 선거공보 제출도 할 수 없다.

 

결국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할 기회조차 없이 ‘무투표 당선 안내문’만 받게 되는 셈이다. 주민들이 후보 얼굴이나 공약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당선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제주시 외도동의 한 주민은 “선거철인데도 투표도 못 하고 이미 결과가 정해진다는 게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누가 어떤 공약을 갖고 있는지 비교조차 못 한 채 당선이 확정되는 건 정상적인 민주주의 선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 지형 때문에 주민 선택권까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과거와 비교해도 유독 경쟁이 약한 선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자유한국당 도의원 후보가 15명에 그쳤지만 무소속 후보 20명이 출마하면서 일정 수준 경쟁 구도는 유지됐다.

 

당시에는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한 지역 정치인이나 조직 기반을 가진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하며 지역별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출마 움직임마저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거대 양당 중심 구조가 굳어진 데다 선거비용 부담과 조직 약화, 정치 신인 기피 현상 등이 겹치면서 도전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당·진보당 등 소수정당 역시 소수의 후보만 내면서 전체적인 경쟁 구도가 급격히 약화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당 공천에서 탈락해도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 주민 평가를 받겠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며 “선거판 전체가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후보난 배경에는 중앙정치 여파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4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몰리며 정치아카데미까지 성황을 이뤘다. 집권여당 프리미엄과 함께 지방권력 교체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보수 진영 전체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예비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포기했고, 지역 조직력 역시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인 고기철 위원장마저 최근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인재 영입과 공천 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의원 선거는 생활밀착형 현안을 다루는 지방정치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정책 경쟁 실종의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도지사 선거와 도의원 선거를 동시에 장악할 경우 제주도의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제주도의회 역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승리지만 경쟁 없는 승리가 반복되면 정치 긴장감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무투표 당선 확대는 특정 정당의 강세를 넘어 제주 정치의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활정치 영역에서 경쟁과 검증이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지방정치가 활력을 잃고 민주주의가 가장 가까운 생활 현장부터 무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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