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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법 적용 제외 ... 피해학생 전학에도 학교 자체 징계로 끝

 

제주 국제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제도권 밖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제재가 사실상 학교 자율에만 맡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지역 국제학교의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24년 제주 한 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던 초등학생 A군은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머리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고, 물건을 던지는 행동이 반복됐고 수영 수업 중에는 물속에 머리를 억지로 넣는 이른바 ‘물고문’ 수준의 괴롭힘도 있었다는 게 가족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학교와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공식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학폭위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A군은 학교를 떠나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가해 학생은 이후 해외 유학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는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폭위 제도가 도입된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국 인가 국제학교 7곳에서 접수된 학교폭력 건수는 모두 264건에 달했다. 그러나 학폭위가 실제 열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내 국제학교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국제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모두 415건으로 집계됐다. 연간 10~20건 수준이던 학교폭력 건수는 2021년 54건, 2023년 56건 등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 지역 국제학교의 학교폭력 발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 보면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가 2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브랭섬홀 아시아 제주 68건, 한국국제학교 제주(KIS Jeju) 55건,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Jeju) 20건 순으로 집계됐다. 제주가 아닌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는 27건이었다.

 

NLCS Jeju의 경우 다른 국제학교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국제학교 내 학교폭력 관리 체계와 대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제주 국제학교가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를 대상으로 하지만 제주 국제학교는 제주특별법과 외국교육기관법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일반학교는 물론 대안학교와 외국인학교까지 학폭법 적용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국제학교에서는 학교 자체 징계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처분도 반성문 작성이나 면담, 단기 정학 등 비교적 경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폭 조치 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아 대학 입시 등에서도 사실상 불이익이 없는 구조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문제 제기 자체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국제학교 특성상 고위 공직자나 재력가 자녀 비중이 높아 상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의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학교 학폭 피해 사건을 맡았던 심규덕 법무법인 심 대표변호사는 “가해 학생이 대기업 오너 일가인 경우 피해 학생 부모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국제학교라고 해서 학생 보호 체계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학교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 역시 문제다. 일반 학교와 달리 외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상 학교폭력 대응 절차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고, 학교 자체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차원의 자체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적 심의 절차 강화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당국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용태 의원은 “학교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생 보호 체계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제학교에도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부 역시 김 의원실에 “학교폭력 기록과 조치 과정에서 차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국제학교 역시 학생 보호를 위한 공적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학폭 발생 이후 사후 조치뿐 아니라 예방 교육과 상담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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