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3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0℃
  • 흐림강릉 18.9℃
  • 흐림서울 19.3℃
  • 맑음대전 17.9℃
  • 맑음대구 18.6℃
  • 맑음울산 19.2℃
  • 맑음광주 20.6℃
  • 흐림부산 23.2℃
  • 맑음고창 17.1℃
  • 맑음제주 22.5℃
  • 흐림강화 17.6℃
  • 맑음보은 14.9℃
  • 맑음금산 15.4℃
  • 맑음강진군 18.9℃
  • 맑음경주시 16.8℃
  • 구름많음거제 21.6℃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57) 얽히고 설킨 숲길에서의 사유 ②

 

곶자왈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전통사회에서 제주는 고립된 공간이었다. 지정학적으로 목장, 유형지(流刑地). 해양 전초기지로 제주 사람과 암말을 못 나가게 한 출륙금지령이 있었던 섬이다. 고립은 섬의 자연을 매우 풍요롭게 만들었는데 여전히 제주의 자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곶자왈은 제주의 대표적인 자연 중 하나다.

 

그곳은 깊고, 그윽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숲이다. 제주 중산간 지대에 있는 마을은 대개 곶자왈을 끼고 있어서 마을마다 각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곶자왈은 웃뜨르에 있다. 알뜨르가 해안지대를 말하는 지리학적 용어라면, 웃뜨르는 산간 지역을 가리키는 말인데, 대개 일제강점기 이후에 만들어진 용어인 중산간 지대라는 용어를 병행해서 부르고 있다.

 

곶자왈은 넓게 펼쳐져 있어서 여러 마을이 다른 방향으로 한 곶자왈과 연결돼 있다.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곶자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가마용 땔감, 숯, 식용식물, 서식 동물을 잡아서 생활양식에 보탬을 했다.

 

그래서 이름으로 보아 곶자왈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한 곶자왈이 여러 방향에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영락곶자왈, 무릉곶자왈, 신평곶자왈, 구억곶자왈, 서광곶자왈 등이 여러 개의 곶자왈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덩치가 큰 하나의 곶자왈을 마을 사람들이 자기 마을이 접한 곶자왈 방향에서 이름을 지어 부름으로써 이름이 다른 곶자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곶자왈은 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곶자왈을 끼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곶자왈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다. 아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곶자왈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연 친화력에 대한 감성을 키워주었다. 대개의 제주인들은 자연을 좋아하며 제주 화가들도 바다, 오름, 곶자왈 등 자연 풍경을 즐겨 그린다.

 

곶자왈은 겉으로 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숲속은 마치 정글과 같아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고, 날카로운 아아용암(aa lava)이 많으며, 함몰된 돌덩이들이나 용암능선(lava inflation). 크고 작은 구멍과 궤(동굴)가 많아 지형이 매우 거칠고 험하다.

 

 

우거진 수림 때문에 햇빛이 들지 않은 곳이 많아서 컴컴해서 무섭기도 하지만 나무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드는 곳은 황홀하리만치 반짝이는 빛이 아름답다. 다양한 수종이 보여주는 기괴한 전경과 새들과 벌레 소리들이 신비로우면서도 이상야릇한 감정을 유발한다.

 

나무와 돌이 어울려서 얼크러진채 어디서부터 나무이고 돌인지 분간이 잘 안 돼 한 몸으로 보인다. 또 습기가 많지만 공기는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데 거기에 새소리, 나무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더하면 태초의 자연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자연상태를 좋아한다. 마음이 안정되고 목가적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의 식물들은 매우 다양한데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로는 구실잣밤나무, 개제피낭(산초나무), 굿가시낭(구지뽕나무), 졸갱이(으름덩굴), 멩게낭(청미래덩굴), 볼래낭(보리수 나무), 틀낭(산딸나무), 멀위낭(머루), 깨금낭(참게암나무), 저슬탈(겨울나무), 담배통남(황칠나무), 비자나무, 고사리 등 수 없이 많다.

 

곶자왈의 동물로는 쥐다리(족제비), 꿩, 멧비둘기, 노루, 오색딱다구리, 돔박새, 제주휘파람새, 쇠살모사, 유혈목이, 누룩뱀, 줄장지뱀, 무당개구리, 참개구리, 도룡뇽 등이 서식한다. 곶자왈은 습한 데가 많아서 곰팡이류가 많아 돌늦 등의 이끼류, 온갖 미생물과 잠자리, 나비, 소금쟁이, 물방개 등 곤충의 서식 환경이 좋아 동·식물에게 풍부한 먹이사슬을 제공한다.

 

곶지왈은 지하수와도 관련이 있다. 산간지대에는 한라산의 영향으로 연중 비가 많이 내리는데 그 많은 빗물을 곶자왈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마치 숨골처럼 빗물이 흘러들고, 또 겨울에는 바깥 온도에 비해 숨골에서 나오는 기운이 상대적으로 따뜻하여 눈이 올 때면 곶쉐(방목하는 소)들이 그 숨골 주변으로 모여들어 추위를 피하기도 한다.

 

 

서인희의 자연주의 시선

자연은 시간과 공간 자체이며, 그 자리 그 때에서 저절로 자급자족한다. 자연에는 어떤 편향된 치우침도 없고, 편견도 오만도, 슬픔과 비극적인 감정도 없으며, 오로지 변화만 있을 뿐이다. 자연은 천지나 우주라고도 한다. 자연에 대한 감정은 한갖 인간이 부여한 정서일 뿐이다.

 

서인희의 숲은 사색하고, 성찰하는 시간의 숲이다. 그는 그 시간을 자기개발을 위한 ‘되돌아봄’의 시간으로 여긴다. 되돌아봄은 바로 직전까지, 아니 어제까지 인생에 대한 기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살핌이다.

 

그는 이 살핌을 통해서 선험적(先驗的)으로 자신의 미래의 행동을 본다. 서인희가 말하는 ‘자연이 예술’이라는 개념은 오래된 미래인 것 만은 분명하다. 14~16세기 르네상스 미학적 사상으로, 21세기인 오늘날에 다시 새로운 미학으로 자연을 바라보고자 한다.

 

새로운 자연주의라고나 할까. 그의 미학은 고전주의적인 성찰에서 비롯되었지만, 작품에 나타나는 성격을 볼 때 사실주의와 같아 보이지만, 정작 그것과 다른 자연주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에서 자연주의는 자연에 대한 관념적인 표현을 멀리하고 오로지 자연에서 찾은 아름다움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사실주의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사실주의는 현실을 미(美)와 추(醜)의 현실의 상태들, 즉, 일상·전쟁·빈곤·비참함·괴로움·평온 등 제반 현실을 그린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와는 다르고, 표현 방법이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주의와는 같다.

 

그러나 서인희의 자연주의는 목표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의식적으로 지향하고 있다는 것에서 심미적(審美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5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