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운영·유지관리 측면에서 갖춰야 할 인프라
부유식 해상풍력은 시공 방식에서 고정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정식은 해상에서 대형 설치선이 하부구조물을 타격·천공·고정하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작업 가능한 기상 창(weather window)의 제약이 크고, 대규모 배후항만 단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부유식은 하부구조물과 풍력터빈의 완제품을 육상에서 조립·통합한 뒤 설치해역으로 예인하여 미리 설치된 계류 시스템(Mooring system)과 해저케이블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1기당 설치 기간은 하루면 충분하며, 기상에 따른 일정 변동이 고정식에 비해 현저히 낮다. 4~7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의 배후항만이면 Just-in-Time 방식의 공정 운용이 가능하다. 이는 항만 인프라 투자 부담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이다.
유지관리(O&M) 측면에서도 부유식은 계류 해제 후 항만 귀환 정비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정식 대비 접근성이 양호하다. 다만 계류라인·해저케이블 관리, 장거리 해상 접근 체계, 디지털 O&M 플랫폼 등 해양 특수 환경에 대응하는 전문 운영 인력과 기술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인프라·생태계 조성
부유식 해상풍력이 단순한 발전사업을 넘어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계획산업으로서의 정책 설계다.
조선산업은 해운사의 발주가 없으면 건조가 불가능한 수주산업의 특성상 호황과 침체 사이클이 반복되어 왔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조선산업과 동일한 대형 강재 가공·용접·도장·해양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15년 단위로 수요가 예측되는 계획산업이다. 즉, 해상풍력의 지속적 물량 공급은 조선산업의 수주 변동성을 완충하는 BIAS 물량으로 기능하며, 양 산업의 설비 가동률을 85% 이상으로 유지시키는 구조적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 재정·금융 인프라의 재설계다.
현행 ‘경부담’ 접속비용 구조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대규모 CAPEX 앞에서 사업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초경부담 방식으로의 전환 또는 국가 송전망 계획과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1GW당 6조 원 이상 규모의 Project Financing을 국내에서 소화하기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구조와 연기금·기관투자자의 참여 유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내수 시장의 전략적 확보와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자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수출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태양광이 FIT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달성한 경로처럼, 부유식 해상풍력도 실증·상용화 초기 단계에 충분한 시장 규모를 확보해 제조업 가동률이 산업의 임계점인 85%를 넘어설 수 있도록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체계적 물량을 반영해야 한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건조·해양공학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주산업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해상풍력의 지속적 물량 공급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해법을 제공한다.
<그림 6>은 조선산업이 장기 불황과 단기 호황을 반복한 수주산업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산업은 계획산업으로서 일정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 조선산업의 수주
변동성을 완충하고 불황기에 생산 기반을 지탱하는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산업과 부유식 해상풍력산업이 만나는 교차점이 바로 한국의 경쟁 우위가 발현될 수 있는 지점이다. 그 교차점을 산업으로 만드는 것은 정책의 몫으로 남는다. 10년 후 중국을 부러워하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정책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