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승률이 공포스럽다. 3월 수입물가가 16.1% 급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1500원을 넘나든 원ㆍ달러 환율이 고스란히 수입물가에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유(88. 5%)ㆍ나프타(46.1%)ㆍ제트유(67.1%) 등이 폭등했다. 특히 원유는 원화 기준 원유 품목 지수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5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이 달포 넘게 계속되면서 각종 원자재 가격이 뛰었다. 특히 ‘석유화학의 쌀’인 나프타 등의 중동산 공급이 끊기면서 산업현장에서 문제가 속출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추거나 공장을 멈췄다.
식품ㆍ화장품 포장재, 일회용 주사기 및 의료제품,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이 품귀 현상을 빚었다. 정유 과정의 부산물인 아스팔트 가격이 급등해 도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중동산 알루미늄, 질소 비료용 요소 공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오르자 자동차ㆍ건설자재 생산과 파종기를 맞은 농사도 어려움을 겪었다.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멈춰선 영향으로 국제 가격이 갑절로 뛰면서 LNG 의존도가 높은 전력도 요금 인상 압박을 받는다.
고물가 충격은 이제 시작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삶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자재 부족으로 소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생산이 중단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런 판에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에 보낸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1.9%로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은 1.8%에서 2.5%로 끌어올렸다. 기존 전망치 대비 상승폭이 38.9%에 이른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점이 반영됐다고 해도 통상적 조정 범위를 벗어난다. 고물가 충격에 성장이 꺾일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 요인이 크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치(2.5%)가 성장률 전망(1.9%)을 웃도는 점은 뼈아프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겪은 것처럼 공급망 불안이 야기한 물가는 유독 끈적하다.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물가는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속도가 더디고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다.
IMF의 수정 경제전망은 전쟁 영향이 점차 회복돼 올해 중반부터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작성됐다. 전쟁이 길어지면 국제유가가 더 오르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더 낮아진다. 우리로선 물가는 뛰는데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 가운데)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관리)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경제 호황기에 수요 압력으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고유가 등 공급 충격에 의한 물가 상승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전쟁 추경’ 26조2000억원이 풀리면 시중 물가를 자극할 소지도 있다.
중동ㆍ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연말까지 원유 2억7300만 배럴, 나프타 210만톤(t) 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상시 석달치 원유 사용량이고, 한달 나프타 수입량이다. 정부는 에너지와 원자재를 최대한 추가 확보해 국내 수급이 불안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한은은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밝힘으로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국민의 에너지 절약 실천도 절실하다. 차량 운행을 가급적 자제하고, 각 가정 한 등 끄기 운동을 벌이는 등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세가 요구된다.
파괴된 석유와 가스 시설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뿐더러 중동 지역 갈등과 분쟁은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른다. 그만큼 고유가·고물가 상황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쟁은 1973~1975년 1차 오일쇼크, 1979~1982년 2차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합한 만큼의 대형 악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와 기업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막연하게 이란전쟁이 종식되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1차 오일쇼크 때 중동에서 땀 흘리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덕분에 2차 오일쇼크를 견뎌냈다. 이란전쟁 이후 한동안 이어질 고유가 상황을 극복할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고효율 탄소 저감 산업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다변화, 대체 에너지 수송로 개척,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 개혁, 탈脫플라스틱 경제 실현 등을 중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실행해 나감으로써 외부 충격을 거뜬히 버텨내도록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본사제휴 the scoop=야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