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괴는 항상 두 가지 물건을 지니고 다닌다. 이는 도교 미술에서 그를 구별하는 핵심 코드다. 하나는 ‘철지팡이(鐵拐)’이다.
무거운 철로 만든 지팡이로 ‘이철괴’라는 이름 자체가 ‘철지팡이를 짚은 이 씨’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호리병(寶葫蘆)’이다. 모든 병을 고치는 신비한 영약이 들어 있는데 밤에는 이 호리병이 커져서 그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철괴는 팔선 중에서도 유독 중국 민중에게 인기가 많았다. 약자와 소외계층의 수호신이기에 그랬다. 거지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가난하고 병든 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신선으로 추앙받았다.
이철괴는 겉은 추하고 비루한 거지일지라도 그 내면은 신선(진리)일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중국 민중의 철학이 담겨 있다.
거지는 단순히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빈틈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철괴의 전설처럼 겉모습 너머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거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미래에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개인의 실패’가 아닌 ‘시스템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거지를 게으름의 결과나 운명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거지는 사회적 안전망이 어디서 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낙인을 제거해야 한다. 거지를 ‘잠재적 범죄자’나 ‘불쾌한 존재’로 보기보다, 주거·의료·고용 시스템에서 밀려난 ‘사회적 고립자’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철괴가 신선의 영혼을 가졌듯, 노숙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정신적 질환, 경제적 파산, 혹은 현대 사회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다양한 사연이 있음을 인정하는 공감이 필요하다.
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동전 한 닢을 던져주는 ‘적선’은 일시적인 배고픔은 달래줄 수 있지만, 굴레는 끊지 못한다.
첫째,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전략이 필요하다. 집이 생겨야 재활 의지도 생긴다는 원칙이다. 거주지를 먼저 제공하고 이후에 알코올 중독 치료나 직업 훈련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정신건강 및 커뮤니티 복원에 주의해야 한다. 많은 거지가 심리적 고립 상태에 있다. 그들을 다시 사회적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심리 상담과 소속감 부여가 필수적이다.
셋째, 디지털 소외 방지에 유념해야 한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서 구걸조차 어려워진 현대판 거지를 위해, 디지털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음과 같은 태도를 공동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인간 존엄성을 유지해야 한다. 거지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을 맞추고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이 가장 큰 상처가 된다.
둘째, 지속 가능한 기부 문화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직접적인 적선보다는 전문적인 구호단체를 통해 체계적인 자립을 돕는 방식으로 기부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철괴가 짚었던 철지팡이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약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지지대일지도 모른다. 거지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누구든 거지가 되었을 때 다시 일어설 지팡이를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끝>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