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또 멈춘다.
정확히 말하면 탐나는전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결제액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적립 혜택이 13일 오후 6시부터 잠시 중단된다. 이유는 익숙하다. 예산 소진이다.
올해 탐나는전 캐시백에 투입된 예산은 425억 원이다. 제주도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예산이 바닥났다고 설명한다.
실제 탐나는전 이용자는 크게 늘었다. 선물하기와 비대면 결제, 법인구매 서비스가 도입됐고 학생증과 케이패스(K-Pass) 카드도 출시되면서 앱 가입자는 올해 1월 19만7879명에서 6월 45만8714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지역화폐가 도민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처음 발행됐다. 출시 첫해 발행액은 57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464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2년 4445억여 원, 2023년 3870억 원, 2024년 2746억여 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약 73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발행액은 2조3069억 원, 실제 사용액은 2조2478억 원에 달한다. 탐나는전은 이제 막 시작한 정책도, 이용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사업도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이 있다. 지난 2월이다.
제주도는 한 달간 탐나는전 캐시백 적립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20%까지 올렸다. 파격적인 혜택에 2월 발행액은 990억1000만 원, 사용액은 947억8000만 원으로 월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 월평균 발행액이 352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 발행 규모는 평소의 2.8배에 달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캐시백 예산 425억 원 가운데 154억 원이 2월 한 달 동안 사용됐다. 연간 예산의 36%가 넘는 돈을 한 달 만에 쓴 셈이다. 나머지 11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예산은 271억 원으로 줄었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4억6000만 원이다.
당시 제주도는 소비 촉진과 이용자 확대라는 성과를 강조했다. 실제 앱 가입자는 1월 19만7879명에서 2월 말 27만8933명으로 늘었고, 6월에는 45만8714명까지 확대됐다. 2월 사용액의 93.3%가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에서 쓰였다는 점도 지역화폐의 정책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불과 5개월여 뒤 캐시백 혜택은 중단 상황을 맞았다. 이용 급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캐시백 적립률을 15%로 확대하자 월평균 사용액은 280억 원에서 61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혜택을 늘리면 이용자가 몰리고 예산 집행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제주도 역시 이미 경험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2월 캐시백을 20%까지 올렸다. 역대 최고 수준의 혜택이 이용액과 예산 집행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더욱이 탐나는전 혜택 중단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4월에는 10% 충전·구매 할인 예산이 빠르게 소진됐다. 제주도는 개인별 할인 구매 한도를 월 7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였지만 결국 할인 혜택을 중단했다.
2023년 5월에는 제주도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보류되면서 5~10% 현장 할인이 멈췄다. 추경으로 100억 원이 확보된 뒤 약 16일 만에 재개됐지만 같은 해 9월 본예산과 추경을 합쳐 마련한 현장 할인 예산 200억 원이 소진되면서 혜택은 다시 중단됐다.
충전 할인, 현장 할인, 캐시백. 혜택의 이름과 방식은 달라졌지만 예산이 바닥나면 멈추고 추가 예산이 확보되면 다시 시작하는 모습은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제주도는 추가경정예산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탐나는전 관련 예산 420억 원이 편성됐다. 예산이 확보되면 캐시백 적립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지역화폐 인센티브는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 예산 소진 시점도 빨라질 수밖에 없고, 탐나는전의 정책 효과 자체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출시 6년 만에 누적 발행액은 2조3000억 원을 넘어섰고 앱 가입자는 45만 명을 돌파했다.
그래서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연간 캐시백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2월 한 달에 사용했다. 당시 20% 캐시백을 결정하면서 이후 예산 상황과 혜택의 지속 가능성을 얼마나 따져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적인 20% 혜택만은 아니다. 이번 달에는 20%, 이후에는 10%, 그러다 예산이 떨어지면 중단되고 추경이 통과되면 다시 시작하는 식의 운영이 반복된다면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탐나는전이 또 멈췄다. 이번에도 추경이 통과되면 다시 달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용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날 줄 몰랐다'는 설명만으로 반복되는 혜택 중단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얼마나 큰 혜택을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멈추지 않고 오래 갈 수 있을지. 탐나는전 출시 6년 차를 맞은 제주도가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