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다섯 살 섬
허유미
흔들말에 앉아 폴폴 날리는
흙먼지 잡아먹던
어린 손
좌악 펴면 엄마가 온다
눈시울 붉어진 바다
계절도 잊고
시간도 잊고
그저 등에 업힌 채
엄마 배를 물결인 듯 만지며
좋아 좋아
웃을 때마다 켜지는 집어등
참았던 졸음이 가고 가고
바다 가까이에서 산다. 바다 가까이라는 말보다 바다에 붙어 있다는 말이 더 맞다.
낮이면 신작로에서 흔들말을 탄다. 흔들말 위에서 몸이 뒤뚱뒤뚱 흔들릴 때마다 흙먼지가 폴폴 날아다닌다. 나는 그 먼지를 입으로 잡아먹는 시늉을 하며 논다. 그렇게 하다 보면 펼쳐친 손끝으로 엄마가 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바다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바다가 울고 있는 것인지 내가 울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을 때 나는 늘 엄마 등에 업혀 있다. 엄마 등 세상은 조용히 흔들린다. 엄마의 배를 만지면 물결이 느껴진다. 나는 그걸 바다라고 불렀다. 엄마의 몸이 바다이고, 나는 그 위에 떠있는 섬이다. 바다에 기대면 따뜻하고 조용하다. 금방 잠이 온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바다 하나쯤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바다는 꼭 누군가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우리는 각자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오래된 파도 소리 같은 하루을 안고 살아간다.
☞허유미는?=제주 바닷가 마을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수평선, 물너울, 등대, 섬은 나의 첫 친구들이었다. 말문이 트였을 때 엄마라는 말보다 바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는 파란 요람, 파란 집, 파란 놀이터였다.
청소년 시절 유난히 말수가 적어 엄마 아빠가 걱정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고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풍경이나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절부터 시집을 읽는 시간이 많았다. 책꽂이에 시집이 많아지면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2016년 제주작가 신인상, 2019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한국작가회의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