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대 예비교사 백신 사망 ... 법원 "정부, 피해보상해야"

  • 등록 2026.06.26 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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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접종 12일 만에 숨져 ... "의학적 입증 없어도 상당인과관계 인정 가능"

 

제주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희귀 혈전 질환으로 숨진 20대 예비교사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피해보상 책임을 인정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전날 고(故) 이유빈 씨의 부친 이남훈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간적 선후관계와 증상 발현 과정 등 간접사실을 종합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피해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제주대 교육대학에 재학하며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2021년 7월 26일 정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 따라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접종 다음 날부터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나흘 뒤에는 중증 혈전증으로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이어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접종 12일 만인 같은 해 8월 7일 2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제주 보건당국은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 세 차례 검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더나 백신과 혈전증의 연관성이 낮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는 이유였다.

 

제주도는 "해외에서도 모더나 백신 접종 후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며 검사의 필요성을 거듭 요청했고, 질병관리청은 사망 판정 9일이 지난 뒤에야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정부 피해조사반은 항인지질항체증후군 가능성을 근거로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피해보상을 거부했다. 다만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특이 사례라는 점 등을 고려해 사망위로금 지급 대상에는 포함했다.

 

유족은 이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2024년 2월 기각됐고, 같은 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질병관리청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인이 접종 직후부터 이상 증상을 보였고, 짧은 기간 안에 혈전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른 점 등을 근거로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을 인정했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항인지질항체증후군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고인의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부친 이남훈 씨는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지만 그 이후 대응 과정에서는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늦었지만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금은 딸을 오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족은 지난해 고인이 재학했던 제주대 교육대학에 5년간 1500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며 딸의 뜻을 이어가는 장학기금 조성에 나선 바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이기택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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