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에서 주인공으로 ... 제주 콘텐츠는 변신중

  • 등록 2026.06.18 12: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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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올인'의 풍경에서 '우리들의 블루스'와 '폭싹 속았수다'까지

 

제주가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만 소비되는 촬영지가 아니라 제주어와 해녀문화, 4·3의 역사, 탐라 신화와 공동체 문화까지 담아내며 '이야기의 섬'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과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이 더해지면서 제주가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과거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자연경관 자체에 주목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연풍연가'는 산굼부리와 송악산, 바다와 오름의 낭만적인 풍경을 담아내며 제주 감성을 전국에 알렸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은 섭지코지를 대표 관광지로 만들며 드라마 관광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당시 제주가 이야기의 중심에 선 것은 아니었다. 제주는 주인공의 사랑과 갈등을 비추는 배경이었고,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는 화면 뒤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변화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는 조선시대 제주와 해녀문화를 소재로 지역의 역사성을 조명했다.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제주4·3의 비극을 제주어와 흑백영상으로 담아내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OTT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성은 오히려 경쟁력이 됐다.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해녀와 선장, 시장 상인 등 제주 사람들의 일상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며 제주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웠다. 같은 해 공개된 티빙 드라마 '아일랜드'는 탐라 신화와 제주 설화를 현대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2023년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 출신 인물들의 귀향과 치유를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조명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목부터 제주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제주 여성의 삶과 가족의 역사를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최근에는 제주어로 친척과 공동체를 뜻하는 '궨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도 추진되면서 제주 고유의 문화 자산이 새로운 콘텐츠 원천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 시장에서 지역성이 곧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지역만이 가진 언어와 문화, 역사적 경험이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는 해녀문화와 탐라 신화, 제주4·3, 제주어, 괸당 문화 등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관광산업 중심의 제주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실제 제주도와 제주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제주 촬영·제작 지원금은 기존 최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섬 지역 촬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물류비와 기술 지원도 새롭게 도입됐다.

 

제주도는 OTT 콘텐츠 제작 수요 증가에 대응해 대규모 야외세트장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후보지와 규모,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홍콩필마트와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통한 해외 작품 유치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은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이고, 콘텐츠는 지역을 성장시킨다"며 "탐라 1000년 역사의 결, 제주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기억을 콘텐츠로 녹여낼 수 있도록 창작자와 기업이 안정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이기택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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