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일방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의회 45석 가운데 34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8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성곤 당선인을 배출했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김성범 당선인을 국회로 보내며 제주 정치 지형의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제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국민의힘이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사실 더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조직 정비를 마쳤다. 지난달 6일 제주도의원 선거 32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했고, 현역 의원 상당수가 재선과 3선에 성공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입증했다.
위성곤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1인 2투표' 논란과 '유령당원' 의혹, 오라동 재투표 문제 등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지만 후보 확정 이후 빠르게 당을 수습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연이어 악재를 맞았다.
가장 큰 악재는 당시 제주도당위원장이었던 고기철 후보를 둘러싼 폭행 사건이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4월 2일 고기철 위원장을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제주국제공항에서 당시 도당 사무처장의 등을 때린 혐의를 받았다.
일부 혐의는 무혐의 처리됐지만 문제는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도당위원장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사실 자체였다. 선거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국민의힘은 지도부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건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지난 4월 9일 김승욱 제주시을 당협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고기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폭행 논란과 공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고, 고 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선거를 앞두고 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국민의힘 내부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공천 과정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 터져 나왔다.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서홍동 선거구에서는 현역 도의원이던 강상수 의원이 공천 과정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도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며 도당 공천관리위원회를 정면 비판했다. 특히 여론조사와 면접 평가 결과를 무시한 채 당원투표 경선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며 공천 절차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선거구 출마자인 강하영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기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특정 후보 단수공천을 위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공천 야합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강상수 의원이 여론조사 방식과 질문 내용, 공천 심사 결과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공천관리위원회의 해명을 요구했다. 결국 선거를 앞둔 시점에 공천 공정성을 둘러싼 내부 공방이 공개적으로 확산됐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운영위원회가 공천안을 부결시키고 발표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청년 오디션 우승자 배치 문제와 특정 후보 전과 논란까지 겹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일부 후보들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결국 비례대표 순번은 재심사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 비례대표 파동은 당의 결속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후폭풍은 탈당과 조직 이탈로 이어졌다.
공천 공정성과 비례대표 순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일부 당원들이 반발했고 선거를 앞둔 조직 결속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 와중에 후보를 지역구 도의원에 나설 후보를 찾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도의원 후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추가 공모를 실시했다. 그러나 반복된 공모에도 후보를 확보하지 못한 선거구가 적지 않았고, 결국 32개 선거구중 17개 선거구에서 무공천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이 32개 전 지역구 공천을 완료하고 선거 체제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고기철 전 도당위원장을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한 결정 역시 부담이 됐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폭행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인물을 공천한 것은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선거 막판에는 재산신고 논란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은 고 후보가 강원도 속초시 소재 토지를 반복적으로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일부 재산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해 본투표 당일 각 투표소에 관련 공고문을 게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공세 수위를 높이며 후보 자질론을 제기했다. 반면 고 후보 측은 오랜 공직생활 과정에서 공시지가 기준으로 신고하면서 발생한 착오일 뿐 고의적인 허위 신고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에 이어 재산신고 논란까지 겹치면서 고 후보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은 선거 막판까지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제2공항 추진론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산읍을 비롯한 동부지역과 서귀포권에서 제2공항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민생경제와 물가, 경기 회복에 더 쏠려 있었다.
실제로 제2공항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성산읍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양홍식 후보가 국민의힘 현기종 후보를 119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김성범 후보가 고기철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인 동시에 국민의힘의 자멸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기철 폭행 사건과 재산신고 논란, 지도부 사퇴론, 강상수 탈당 사태, 공천 야합 의혹 공방, 비례대표 공천 파동, 탈당과 조직 이탈, 네 차례 추가공모, 공천 혼선과 조직력 약화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졌다.
그 결과는 냉정했다.
민주당은 제주도의회 34석을 차지하며 압도적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고 국민의힘은 8석 확보에 그쳤다. 도지사 선거에서는 위성곤 후보가 승리했고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김성범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를 두고 "민주당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국민의힘의 자멸 성격이 더 강했던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역시 이번 승리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34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은 강력한 추진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뜻한다. 견제 세력이 약해진 의회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심은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패배를 단순히 지역 구도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번 제주 지방선거는 어떤 정당이 선거를 준비했고, 어떤 정당이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혔는지를 보여준 선거였다. "제주가 전라도의 부속도서화됐다"는 판단은 그래서 오판이다.
제주 민심은 결과로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은 국민의힘을 향해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