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앞 밝은 달빛(床前明月光)
땅 위의 서리런가(疑是地上霜.
고개 들어 밝은 달 바라보고(擧頭望明月)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低頭思故鄕)
호검 무림플랫폼 사무실. 이백(李白)의 시, ‘고요한 밤의 고향 생각(靜夜思)’ 시 낭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유튜브 제작일은 4월 19일. 바로 오늘이었다. 그런데, 웬지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누구지?” 호검과 정가의보검, 콘치스검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희룡공 목소리와 비슷해!”
콘치스검이 외쳤다. 그랬다. 희룡공 목소리 같았다. 차분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정치무림인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
정가의보검이 물었다.
“왜 이 선거비무 시국에 희룡공 목소리와 흡사한 시 낭송이 나오는 거지? 고향이 그립다는 뜻은 또 뭐지?”
호검이 답했다.
“지난 4월 11일이었어. 희룡공이 포항무림을 찾아 경북맹주 후보로 나선 철우검 지원사격에 나섰어. 사실상 정치 재개 선언이지.”
그때였다. 호검 휴대폰이 까톡, 까톡, 소리를 냈다. 제주무림 초특급 첩보무사 철검이 보낸 카톡이었다. 이번에도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희룡공, 서귀포 출격 소문 급확산’
하도 돌발 민주방 선거비무 이슈를 많이 겪어, 심드렁해진 호검이 또다시 A4 용지를 꺼내더니 일필휘지로 썼다.
① 희룡공, 서귀포무림 출격 명분과 시나리오
② 영훈공 서귀포 출전설 향방
③ 성범검, 신상품 무사의 등장
◆ ① 희룡공, 서귀포무림 출격 명분과 시나리오
“제주맹주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중원무림 지존좌에 도전했던 희룡공이야. 급을 한참 낮춰서 서귀포무림에 출전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
정가의보검이 정곡을 콕 찌르자, 호검이 말했다.
“서귀포무림은 보수무림인에겐 극도로 불리한 험지야. 국민의힘방에서 압박할 수도 있지. 방의 중진이자, 지존 주자급인 당신이 험지 탈환을 위한 십자가를 짊어져라. 그럼 정방의 위기를 외면할 수 없어 독배를 마시겠다고 할 수도 있어.”
여기서 잠깐, 무림 1996년 4월 11일 열린 15대 총선비무에서 변검(신한국방)이 당선된 이후, 보수무림인은 단 한 번도 승리의 깃발을 꽂지 못했다. 민주방은 의생 출신 진부검(새천년민주방)이 무림 2000년 당선된 이후, 재윤검(3선), 성곤검(3선) 등 선수만 바꾸며 내리 승리했다. 현재까지 26년 동안 독식이었다.
콘치스검도 말을 보탰다.
“희룡공이 제주무림을 떠난 것은 중원무림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고, 금의환향(錦衣還鄕) 하려 했는데, 못난 아들의 야심 찼던 도전을 가족의 마음으로 토닥여 달라. 자기 뿌리인 서귀포무림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스스로 낮추겠다고도 할 수도 있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정가의보검이 종합했다.
“그러네. 스스로 낮춰 험지 독배를 마시고, 살아남아 전투력을 증명한다면 차기 지존을 거머쥘 수 있는 보수무림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지.”
까톡, 까톡. 철검이 보낸 카톡이 또다시 도착했다. 이번엔 장문이었다.
‘희룡공이 만에 하나 출전한다면 용호상박(龍虎相搏) 숙명의 대결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을 듯, 여기서 용(龍)은 희룡공, 호(虎)는 영훈공. 체급이 비슷해야 명분도 서고 전국무림 보수 재건 흥행도 가능하기 때문. 상대가 정치초년병 무사이거나, 약체라고 판단되면 불출마 움직임 감지’
◆ ② 영훈공 서귀포 출전설 향방
그들은 서둘러 두 번째 안건으로 넘어갔다.
“영훈공은 경선비무에 탈락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잖아? 그도 급을 낮춰서 출전하는 게 말이 되나?”
정가의보검의 말에 콘츠검이 답했다.
“영훈공은 1968년생, 고작 57세야. 무사 나이로 치면 혈기 왕성한 청년이지. 그 나이에 ‘청년백수’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을 거야. 민주방 당원이기도 해. 중앙방에서 희룡공 대항마로 출전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면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겠지.”
호검이 말했다.
“영훈공은 서귀포무림 남원읍 신흥1리 태생이지. ‘고향 앞으로’ 출격 선언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어. 중앙방도 후계자 무사 추천에선 전 주인(성곤검) 말을 들어주는 게 관행이지. 3선 중원무림의원으로 선수를 쌓으며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잖아. 하지만, 패장은 패배한 후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중요하지. 쉽사리 결심을 못 할 거야.”
◆ ③ 성범검, 신상품 무사의 등장
정가의보검이 버럭했다.
“아니, 이 무사들아.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내가 매번 얘기했잖아. 서귀포무림에선 신상품 무사 얘기도 나오고 있어.
여기서 또 잠깐, 신상품 무사는 중원무림 해수부 차관 성범검이었다. 영훈공과 성곤검과는 친구이기도 했다. 1968년생 서귀고동문. 고대무림을 거쳐 행시 37회.
국제무림 무공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s) 추가기금총회 의장으로 11년간 활동. 넓은 시야와 한치의 낭비도 허용하지 않는 효율성무공을 지녔다.
호검이 말했다.
“SNS를 보면 기철검은 무림 2024년 4월, 선거 패배 이후에도 매일 같이 무림현장 탐방을 이어가고 있어. 난, 단 하루도 서귀포무림에서 기철검 현수막이 휘날리지 않는 날을 본 적도 없어. 열심히 뛰고 있는 거지. 만약 중앙방이 희룡공을 전략공천으로 내리꽂는다면 기철검은 어쩌나? 상도의가 아니잖아.”<끝>
☞강정태는?
=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