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를 가리는 결선투표가 16일 시작됐다. 제주 정치권의 시선이 다시 한 번 경선판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선은 단순한 양자대결을 넘어, 정치적 연대, 감산 규정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재편된 승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선투표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권리당원 50%와 일반 유권자 50%를 합산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치러진다. 결과는 18일 오후 6시20분 발표될 예정이다.
첫날인 16일에는 제주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와 도민 ARS 여론조사가 병행되고, 17일에는 도민 ARS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ARS 투표, 18일에는 권리당원 ARS투표만 한다.
이번 결선이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본경선 결과 자체가 정치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본경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위성곤·문대림 두 후보의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현직 도지사였던 오영훈 후보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직 도지사 탈락’이라는 결과만으로도 제주 정치권에 큰 충격을 남겼다. 이에 따라 이번 결선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오영훈 탈락 이후 오 후보 측 지지층을 누가 더 흡수하느냐'는 구도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 같은 재편 구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 것은 본경선 이후 형성된 정치적 연대다. 오영훈 지사는 탈락 직후인 지난 12일 오후 5시22분 자신의 SNS를 통해 위성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랜 벗이자 동지인 위성곤 의원을 군위오씨입도시조 묘역에서 만나 민선 8기 도정에 대한 평가와 제주 타운홀미팅 성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 설계 경험을 통해 폭넓은 식견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10년 동안 묵묵히 의정활동을 이어온 위성곤 의원이 진짜 일꾼의 모습으로 도민에게 다가가길 바란다”며 사실상 지지 선언을 공식화했다.
이에 위성곤 후보는 같은 날 오후 7시 SNS를 통해 “30년 세월을 함께 걸어온 동지 오영훈과 두 개의 길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그는 건강주치의, 통합돌봄, 에너지 대전환, 항공우주산업 등 오영훈 도정의 핵심 정책을 언급하며 “심어놓은 씨앗을 더욱 크게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1968년생 동갑내기이자 서귀포고와 제주대 동문으로, 총학생회장 경력을 공유한 오랜 정치적 동지라는 점에서 이번 연대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13~14일 사이에는 오영훈 지사를 도왔던 상당수 조직과 인사들이 위성곤 캠프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양측 관계는 사실상의 ‘정치적 결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결선 구도를 ‘도정 계승 축(위성곤)’과 ‘리더십 교체 축(문대림)’의 대결로 재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문대림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문 후보 측은 “직무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와의 만남을 공개한 것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위성곤 후보가 오영훈 지사와 연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권력과 학연 중심의 정치공학적 결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결선 판세를 가르는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감산 규정이다. 이번 경선에서 위성곤 후보는 감점 없이 경쟁하는 반면, 문대림 후보는 과거 공천 불복 이력에 따라 득표수의 25%를 감산받는다. 본경선에서도 오영훈 후보는 20%, 문대림 후보는 25% 감산이 적용됐다. 결선에서는 문대림 후보만 감산을 안고 간다.
산술적으로 위성곤 후보는 약 42.86% 이상의 득표를 확보하면 환산 득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반면, 문대림 후보는 약 57.14% 이상을 확보해야 감산을 상쇄할 수 있다. 즉 문 후보는 ‘근소 우세’로는 부족하고 압도적 득표가 필요하며, 위 후보는 격차를 관리하는 전략이 가능한 구조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문대림 후보는 총동원 전략을 택하고 있다. 16일 결선투표 개시일에 맞춰 그는 “지금은 제주를 바꿀 골든타임”이라며 “무너진 민생을 바로 세우고 도민이 주인되는 제주로 나아갈 선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5일 “과거의 실패와 연대로는 혁신이 어렵다”며 민선 8기와의 차별화,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연계, 에너지 자립과 도민 배당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위성곤 후보는 무감점이라는 구조적 이점 위에서 외연 확장과 안정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 대담에서 그는 “제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준비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15일에는 민생경제 회복 비상 프로젝트와 3000억 원 이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오영훈 지사와의 연대는 ‘도정 연속성’이라는 강력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두 번째 핵심 변수는 오영훈 표심의 향배다. 본경선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선 문턱에서 탈락한 오영훈 후보의 지지층은 최대 캐스팅보트로 평가된다. 실제 제주지역 언론 5사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 시 오영훈 지지자의 42%가 위성곤 후보를, 20%가 문대림 후보를 선택했다. 38%는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도내 언론 5사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제주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연령·지역별 할당 방식으로 표본을 구성했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이 사용됐다. 응답률은 18.6%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세 번째 변수는 조직력과 명분의 충돌이다. 위성곤 후보는 무감점, 조직 확장, 오영훈계 일부 흡수 등 ‘안정형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문대림 후보는 지지선언 확산과 “감산을 뚫고도 이기면 더 강한 민심”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운 ‘돌파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1인 2투표’ 논란과 상호 공방도 영향을 미쳤다. 양측은 경선 과정에서 이중투표 유도와 TV토론 문제 등을 두고 충돌했지만 결선을 하루 앞둔 15일 ‘클린경선’ 서약식을 통해 상호 비방 자제와 결과 승복을 약속했다. 이는 과열경선에 대한 피로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론 흐름 역시 팽팽하다. 지난 13~14일 실시된 KBS제주총국의뢰, 한국리서치조사에서 문대림 후보 40%, 위성곤 후보 3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감산 적용 시 문 후보는 30%로 낮아지며 구조적 불리함이 확인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후보가 앞섰지만, 실제 결선은 감산이 반영되는 규칙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누리집 참조>
이번 결선은 단순한 후보 선출을 넘어선 정치적 시험대다. 문대림 후보에게는 ‘득표 우위’를 ‘환산 승리’로 바꿀 압도성이 요구되고, 위성곤 후보에게는 ‘무감점 우위’를 끝까지 지켜낼 결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난 12일 형성된 오영훈-위성곤 연대, 탈락 이후 남겨진 표심, 조직 이동, 그리고 제주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이 맞물리며 결선은 복합 승부로 전개되고 있다.
결국 오는 18일 오후 6시20분경 발표될 예정이다. 현직 도지사 탈락 이후 제주 민주당이 선택한 리더십의 방향과 더불어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와 맞서는 6·3 지방선거 본선 대진표가 확정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