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냉혹한 국제사회 및 정치무대의 정설이 차기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둔 민주당내 경선 판도에 스며 들었다.
무대 한가운데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문대림 국회의원, 위성곤 국회의원 세 사람이 서 있다.
30여 년 전 학생운동으로 처음 정치의 문을 두드렸던 이들은 이제 제주 최고 권력을 놓고 맞서는 경쟁자가 됐다.
세 사람의 궤적은 닮았다. 제주대에서 총학생회장과 학생회장을 지내며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거쳐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제주도의원에 당선됐다.
지방정치로 첫발을 뗀 뒤 중앙정치로 향했고, 다시 제주로 돌아와 도지사 자리를 겨누는 형국이다.
1968년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인 오 지사는 1987년 제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1993년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학생운동에서 목소리를 냈다. 졸업 후 강창일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제주도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2012년 제주시 을 지역구 총선에 나섰지만 경선에서 석패했다. 하지만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는 연달아 승리를 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며 도지사직에 올랐다.
오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과 도정 성과를 무기로 재선 도전에 나선다.
1965년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인 문 의원은 제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졸업 후 고진부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제주도의원을 지냈다. 2010년 최연소 제주도의회 의장까지 지낸 문 의원은 2012년과 2016년에 서귀포시 지역구 총선에서 낙선했다. 2018년과 2022년에는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잇따라 본선에서 좌절하거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문 의원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 2024년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송재호 전 의원과 경선 끝에 본선에서 승리했다.
오 지사와 동갑내기인 1968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난 위 의원은 8살 때 외가인 제주로 넘어왔다. 서귀포고를 거쳐 제주대 원예학과에 입학했다. 오 지사보다 앞선 1991년 제주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이후 위 의원은 도의원 3선과 국회의원 3선을 거치며 ‘선거 무패’ 기록을 이어왔다.
위 의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행보 속에 이번에는 도정 책임자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구도는 미묘하다.
문 의원은 민선 8기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선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송재호 전 의원과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제주혁신포럼'을 출범하며 ‘반(反)오’ 전선을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닥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지난 달 25일에는 의정보고회를 열어 세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위 의원은 특정 진영에 기대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지난 19일 출마 선언과 다음 달 2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독자 세력화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오 지사 역시 위 의원과 같은 날인 3월 2일 그의 에세이 출간 북콘서트를 통해 재선 의지를 공식화한다. 지난 4년간의 도정 성과를 강조하며 안정론을 부각할 전망이다.
관건은 민주당 경선이다. 자격심사와 감점 규정이 첫 관문이다. 이미 자격심사를 거쳐 24일 중앙당의 면접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오 지사는 선출직 평가 하위 20% 감점 가능성, 문 의원은 과거 탈당 이력에 따른 25% 감점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위 의원은 감점 요인이 없지만 숫적 열세인 제주 남부를 거점으로 한 탓에 인구 과점 지역인 제주시권 인지도 확장이 숙제로 꼽힌다.
감점은 경선에서 치명적이다.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몇 퍼센트 포인트의 차이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만약 세 사람이 민주당 중앙당 자격심사에 통과, 몯 경선에 나선다면 3파전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누군가가 중도 이탈하거나 자격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판세는 양자 대결로 재편될 수도 있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임하는 두 현역의 정치적 결단도 변수다.
한때 같은 깃발 아래서 거리를 누비던 청년 정치인들은 이제 서로 다른 길목에 서 있다.
도민의 선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가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제주 정치의 세대와 흐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어떤 선택으로 귀결될지가 관심사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과연 어떤 얼굴로 진화할지, 그 전개구도는 어떤 흐름일지 세 사람의 다음 행보에 제주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