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으로 불렸던 ‘제주 추자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공공주도 2.0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가칭)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사업희망자 공모가 최종 유찰됐다고 10일 밝혔다.
해외 유력 사업자인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에 이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국중부발전마저 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포기하면서다. 제주도가 야심 차게 내세웠던 24조 원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는 현재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사업이 됐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한 추자 해상풍력 사업은 추자도 동·서측 해역에 총 2.37GW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2035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제주도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하다’는 행정의 구호와 달리,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9일까지 제출해야 했던 2단계 사업제안서를 제주에너지공사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써 추자 해상풍력 사업 공모 절차는 최종 유찰됐다. 제주에너지공사는 “공식적인 포기 사유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업 여건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여건’이 무엇인지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애초 이 사업은 에퀴노르의 참여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에퀴노르는 2020년부터 추자 해역에 풍황계측기 10기를 설치하며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사실상 해당 해역의 풍력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사업자 공모에도 에퀴노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한국중부발전이 단독으로 채웠다. 하지만 결국 한국중부발전 마저 발을 뺐다.
사업자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전력 계통 문제다. 제주도는 추자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주 본섬과 연계하고, 나아가 타 지역으로도 송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제주도의 최대 전력 수요는 1.18GW 수준이다. 이미 다수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최대 2.37GW에 달하는 추자 해상풍력 전력을 모두 제주로 끌어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결국 외부 지역으로의 송전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또 다른 벽에 가로막혀 있다.
추자 해상풍력 전력을 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전남이 유력한 대상이지만, 추자도 인근 해역을 둘러싼 제주도와 전라남도의 관할권 분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양측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대형 로펌까지 선임하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도민 이익공유금도 적지 않다. 제주도는 추자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매년 최소 1300억 원 이상의 이익공유금을 납부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계통 연계, 관할권 갈등, 수익성 악화라는 3중 부담에 사업자들이 등을 돌린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의 대응이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발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언급은 나왔지만, 핵심 쟁점인 계통 연계와 관할권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 중”, “해결될 것으로 본다”는 수준의 답변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 역시 제주에는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남·동해안을 잇는 U자형 구상이 확정되면서 제주를 포함한 Y자형 구상은 사실상 배제됐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상반기 중 재공모 또는 조건을 변경한 공모 방안을 도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결과 역시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명동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중부발전이 이 사업의 여건이나 환경에 맞지 않아 내부적으로 부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업 백지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대전환 측면에서 그런 경우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