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한 시대의 조각, 폐기된 식기 도구들

  • 등록 2026.01.07 10: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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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50) 사물과의 협력, 폐기된 도구에서 찾는 욕망의 세계 ②

 

우리 시대는 과거처럼 “~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 규정이 어렵다. 그만큼 산업사회·테크놀로지 혁명으로 인공지능(AI) 사회가 되면서 한 마디로 오늘의 사회를 정의하기가 어렵고, 매우 다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시대의 성과는 지난 시대의 성과들이 중첩돼 발전하며, 결론은 늘 과정 속으로 전화(轉化)된다. 과정은 하나의 결론으로 매듭 지어지고, 그 결과 또한 다시 하나의 과정이 된다. 그러므로 과정은 더 나은 하나의 결과라는 변증법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우리의 역사는 물질 도구와 생명 인간이, 기계와 생명체의 콜라보가 역사 과정에서 중심적인 구조였으나, 물질과 생명, 도구와 개념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사고한 나머지 오늘의 사회적 결과에 이른 것을 모른다.

 

우리 시대는 지적으로 팽창된 시대다. 수렵사회로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자연물 교환에서 코인, 익명자 전자 교환까지, 인간의 자연적 지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그야말로 여러 번의 획기적인 혁명을 겪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발 자본주의와 후발 자본주의 간의 차이는 크고, 민주주의와 파시즘이 같은 울타리에 살고 있어, 늘 감시사회이자 통제사회의 비상구가 열려 있다. 대량산업의 증산은 산업폐기물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반짝이는 것들은 다시 빛이 죽어서 녹슨 채 버려진다. 소비사회의 궁극적 목표는 쉬지 않고 생산하는 것이며, 그럴수록 버려진 것 위로 새로운 제조품이 덮을 뿐, 자원고갈과 환경 파괴의 길만 넓어지고 있다.

 

불확정한 시대란 기술 진보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전망을 세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류라는 이름이 갈 길은 필요하나 디스토피아 지구가 기다리고 있어 살 곳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재앙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16세기에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우리는 제한 없는 탄소배출로 인해 우리 지구의 회생 능력은 잃어버리고 있다.

 

쓰고 버리는 사회라서 대개의 상품이 일회용으로 끝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버린 쓰레기 환경이, 그 폐기물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버린 물건으로부터 또 자신이 새로 만든 도구(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게서 양방향으로 공격받을 처지에 있다.

 

산업사회의 등장은 예술에 빠른 영향을 미쳤다. 조각에선 폐품 조각(Junk Sculptur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일상에서 ‘발견된 오브제‘라는 형식이 되었다. 산업사회의 시대정신이 3차원적 콜라주라고 할 수 있는 아상블라주(Assembiage) 양식을 탄생시켰다. 아상블라주라는 조각의 개념은 산업 제품이었던 폐품을 이용하여 자르고 두드리고 뚫거나 이어 붙여 재배열하거나 용접으로 접합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산업사회의 기성 제품인 레디메이드(ready-made)는 자체가 개념적인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전통적 조각 방법인 흙을 붙이고, 돌이나 나무를 깎는 조각과 달리 일상의 도구가 조각으로 취급된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모빌이나 키네틱 아트처럼 바람이나 자체 동력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조각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런 작업은 20세기 초 산업사회에 새로 등장한 양식들로써 오늘날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여전히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사물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인간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인류의 문명 자체가 사물 도구와 인간의 콜라보의 길을 걸어온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 jci6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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