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너머에서, 학부모가 묻는다

  • 등록 2025.12.16 15: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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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험은 우리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최근 또다시 불수능 논란이 불거지며 수능 평가위원장이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항 오류와 난이도 논란으로 역대 평가위원장 상당수가 중도 사퇴했다는 사실은 이 시험이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문제는 정말 ‘난이도’인가, 아니면 ‘수능이라는 시스템’ 그 자체인가.

 

지금의 수능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강요한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 대신 불안과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암기 위주의 학습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학교 교육은 점수에 종속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시험에 유리한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을 쏟게 만드는 구조다.

 

교육전문가 입장에서 학부모입장을 헤아려보면 가장 마음 아픈 지점은 이 시험이 아이의 성장을 돕기보다는 아이를 ‘줄 세우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능이 서열화의 중심에 놓이는 한 물수능과 불수능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난이도 조절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그 불확실성은 결국 사교육 의존도를 키우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감당할 수 있는 가정만이 대비할 수 있는 시험 이것이 과연 공정한 제도인가.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더 정교하게 난이도를 맞출 것인가”가 아니라, “수능이 반드시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단계에 와 있다.

 

평가위원장의 사퇴는 수능 존폐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논쟁의 초점은 제도의 존속 여부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방향에 맞춰져야 한다. 입시는 학교 교육 위에 설계되어야지, 학교 교육을 옥죄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입시는 지나치게 단일한 기준, 단 하나의 숫자로 아이의 잠재력을 요약해 왔다. 하지만 학부모는 안다. 아이의 가능성은 점수표에 담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에 몰두해 왔는지, 어떤 실패와 성장을 경험했는지는 시험 한 번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일부 대학들은 이미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성실성, 탐구 과정, 공동체 의식, 사회적 감수성 등을 함께 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는 제도의 변화이자 미래 인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수능 점수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의 전부일 수는 없다. 한 번의 시험보다 훨씬 길고 깊은 성장의 과정이 입시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학부모가 바라는 공정이며,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교육이다.

 

이제 교육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수능 또한 그 흐름 속에서 재편되어야 한다. 줄 세우는 시험이 아니라 배움을 살리는 평가로. 학부모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해야 할 때다./ 송문석 전 서귀중앙여중 교장 

송문석 yuha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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