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 李 정부, 물가 관리와 달러 가뭄 해소에 힘써야

  • 등록 2025.11.24 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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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가뭄
기업 · 개인 해외 투자에 매력 ... 외국인 국내 투자 늘고 있지만
해외투자 유출 따라잡기 어려워 ... 고환율 지속 물가 불안 커질 우려

 

원ㆍ달러 환율의 1400원대 중후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 17일까지 평균 환율이 1415.5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보다 높다.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이고,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5분의 1 수준인데도 환율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전에는 통상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이 오르고, 거꾸로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가가 상승하는데도 원화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한다. 단순히 미국 달러화가 강세라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최근 고환율의 원인은 국내 경제주체들이 해외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국내 외환시장 수급 구조가 변화한 데에 있다.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달러화 수요가 외환시장 공급을 초과해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6년 약 100조원이던 해외 운용액을 올해 580조원으로 늘렸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2020년 152억 달러에서 지난해 1161억 달러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웃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액(296억5000만 달러)의 3배를 넘는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서학개미들은 특히 미국 증시 투자에 열심이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도 2022년 817억 달러였고, 올해 상반기만 299억 달러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늘었지만, 내국인의 해외투자 유출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純)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127억 달러에서 올해 2분기 1조304억 달러(약 1510조원)로 100배 가까이 불어났다. 

 

 

게다가 한미 무역협상에 따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도 환율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미 양국이 공동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필요성을 명문화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매해 200억 달러씩 조달해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는 환율상승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200억 달러를 외환시장이 아닌 다른 데서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렵다.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됐는데도 환율안정 효과가 크지 않은 이유다.

고환율 지속은 국내 경제에 적잖은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물가를 불안하게 만든다. 환율 오름세는 곧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는 환율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 

미국산 소고기 값이 오르고, 원재료를 수입하는 라면ㆍ빵 가격도 들썩인다.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상승하는 구조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10월 수입물가는 9월 대비 1.9% 올랐다. 수입물가는 7월 이후 넉달 연속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오르며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앞으로도 한동안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국내 기름값은 이미 그 사정권에 들어갔다. 11월 둘째 주 서울지역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L) 당 1800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오름세인데다 환율 상승과 유류세 감면폭 축소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 연말을 앞두고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고환율은 기업들에도 해롭다. 원자재 수입과 외화 부채가 많은 곳일수록 원자재 조달 비용과 지급이자 부담이 무거워진다. 또한 이는 기업의 실적 감소와 부채 증가를 초래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은 최근 5년간 80% 넘게 올랐다.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최종재보다 네배 이상 높다. 컴퓨터, 비철금속 등 중간재 가격도 39.5% 급등했다. 기업들로선 환율 오름세와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환율 변동폭이 커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고환율로 인한 고물가가 이어지면 간신히 살아나는 내수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자극해 집값이 뛰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지는 등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당국은 환율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하지 않도록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기민하게 정책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도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돈 풀기 유혹에서 벗어나야 마땅하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력의 종합 가늠자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해외투자보다 국내 투자에 더 매력을 느끼도록 해 외환시장 수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증대에 힘쓸 때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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