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의욕적으로 활동할 20ㆍ30대 젊은 나이에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가 40만2000명, 30대는 33만4000명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한 채 쉬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73만6000만명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냥 쉰다는 30대 인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비단 개인의 어려움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258만명이다. 1년 전보다 13만5000명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는데, 특히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 쉬는 인구가 지난해보다 4000명(증가율 1.0%) 늘어난 사이 30대는 2만4000명(7.7%) 증가했다.
그냥 쉰다는 30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만 해도 15만5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17년 사이 2.15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1.98배), 40대(1.62배) 쉬었음 인구 증가 속도보다 가파르다(표 참조).
30대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높은 생산 및 소비 활동의 중추다. 한국 경제의 허리 세대 일부가 일터에서 격리되는 현상을 개인의 게으름 때문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의 일하지 않은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30.8%)가 가장 많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27.3%)가 그 뒤를 이었다. 구직 의욕은 있는데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근무 여건과 임금, 복지 등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쉬고 있다는 것으로 ‘직무 미스매칭’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의미다.
외형적인 통계 수치 상 우리나라 고용 상황은 양호해 보인다. 10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은 63.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5~64세 고용률도 0.3%포인트 상승한 70.1%로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오히려 1.0%포인트 떨어진 44.6%로 18개월 연속 하락했다. 10월 전체 취업자가 19만3000명 증가한 와중에도 청년층 취업자는 16만3000명 감소했다. 괜찮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가 각각 5만1000명, 12만3000명 줄어든 영향이 크다.
청년들은 일자리에서 점점 밀려나는데,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늘면서 전체 고용 상황이 좋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20대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면서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배경이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은 이들 세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이탈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저하,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30대의 경제활동 및 소비여력 감소는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고 혼인과 출산율 감소 등의 사회문제로 연결된다.
이런 판에 노동계는 연내 ‘임금 삭감 없는’ 정년 65세 연장 입법을 요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호응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시간을 갖고 사회적 숙의를 거쳐 결정할 과제다. 당장은 규제혁파를 서둘러 신산업 태동과 기업 활동을 북돋아야 젊은층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의 경직성과 정규직ㆍ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연공서열 중심 호봉제를 직무ㆍ성과급제로 바꾸는 일도 긴요하다. 산업구조와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과 자동화가 진행되며 반복적인 사무 업무와 단순 관리직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2030세대가 맡을 만한 일자리에서 변화가 가장 빠르며 청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단기적인 청년 일자리 지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민관이 함께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청년들이 필요한 기술과 직무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청년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AI가 일부 일자리를 줄이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만큼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긴요하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면 계층 갈등과 사회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지금 ‘코스피 5000’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훨씬 중요하고 절실하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