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 타결 후 … 기술혁신, 수출 경쟁력 강화가 살 길

  • 등록 2025.11.03 10:13:43
크게보기

[양재찬의 프리즘] 한미 무역협상, 불확실성 제거
일본 대비 선방한 것으로 평가
농업 분야 추가 개방도 방어
외환시장 잠재적 불안요인 남아
협상 지렛대 된 제조업 신경써야

 

한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이 10월 29일 극적으로 타결돼 일단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협상 타결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보다 늦었지만 협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1500억 달러는 7월말 첫 협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현금 투자를 미국이 요구한 선불이 아닌 ‘연 200억 달러 상한·10년 분할’ 납부로 분산했다.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추진하고, 수익은 원리금 상환 이전에는 양국이 5 대 5로 나누기로 했다. 

마스가 15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 기업이 주도한다. 미국은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도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한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일본과 비교하거나 큰 틀에서 보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줘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위기를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쌀과 쇠고기 등 민감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도 방어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보장한 지위를 잃고, 주요국과 같거나 ‘더 나쁘지 않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연납 투자액 200억 달러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은행이 밝힌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규모(연 150억~200억 달러)’의 상단이다. 

정부는 외화자산의 이자ㆍ배당 등 운용수익을 활용하고, 부족분은 채권을 발행해 메울 방침이다. 미 국채ㆍ금ㆍ유가증권 등에 투자한 외환보유액이 4220억 달러인 만큼 연 5% 수익을 내면 211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쨌든 매해 약 30조원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더 많은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50%인 철강 관세 인하를 이뤄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표현은 ‘투자’여도 돈을 미국에 맡기는 것이다. 투자수익 배분 방식대로라면 2000억 달러를 투자해 2000억 달러 이익을 내도 한국 몫은 1000억 달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가 ‘갈취’라고 지적했다. 

프로젝트별로 특수목적법인(SPV)을 만드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지주회사 성격의 SPV를 크게 만들어 그 아래 개별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별로 배치하기로 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면 다른 프로젝트에서 보전할 수 있는 ‘엄브렐러(우산) 구조’를 도입했다. 

그래도 투자 대상을 자금을 대는 한국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상무장관이 맡고, 한국은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한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것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일본과 다른 부분이다. 한국인 매니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느 부분, 어디까지인지를 최종 협상 문안에서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관세협상 타결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사안에 대한 화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필리조선소에서 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마스가의 상징이 된 곳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국의 해상 방위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숙원이었다.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이것도 방위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안보자강’ 여정의 분기점이다. 

7월 말 첫 관세협상 결과를 놓고 한미 양측 해석이 엇갈렸다. 진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들 수 있다. 10ㆍ29 무역협상 결과도 최종 합의문과 서명 단계까지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한미가 조선ㆍ에너지ㆍ반도체 분야에서 상호관계를 구축하고,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조선업을 6차례 언급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기쁜 발표”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과 AI 칩 공급 계약 체결을 공개했다. 

3개월여를 끌어온 한미 무역협상이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전격 타결된 것은 그만큼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강하고, 미국이 이를 활용할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협상 레버리지(지렛대)가 된 우리 제조업이 약화되지 않도록 더욱 신경써야 한다.

현금 투자 한도를 정하고 10년 분할로 나눴지만, 외환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 시장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결국 관건은 기업의 기술력과 산업·수출 경쟁력이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