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는 '청년몰' … 제주 공실률 65%, 전국 1위 불명예

  • 등록 2025.10.23 10: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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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내 창업공간 '청년몰' 사실상 방치 … "정책 설계 실패가 낳은 구조적 공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내세워 추진된 제주지역 '청년몰'이 사실상 공실 단지로 전락했다. 공실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65%에 달한다. 오영훈 도정이 강조해온 '로컬브랜드 활성화' 정책 역시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제주지역 청년몰 35곳 중 23곳이 비어 있어 공실률이 65%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주시 중앙로상점가 청년몰은 지난해 폐업했고, 동문공설시장 청년몰 역시 절반 이상이 비어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일부 점포는 전기와 수도까지 끊긴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 창업을 유도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지만 제주에서는 사업 취지와 달리 실질적 지원이 끊기면서 청년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내 한 청년몰 상인은 "입주 초반엔 '청년 로컬브랜드'를 키운다며 홍보와 사진 촬영만 있었을 뿐 정작 매출과 운영 컨설팅은 없었다"며 "청년몰은 행정의 사업성과 전시용 사진만 남겼고, 청년은 점점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도는 지난 2023년부터 '로컬브랜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며 도내 창업공간·공유상점·청년마켓 등을 연계한 청년 로컬 생태계 구축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내 한 창업 컨설턴트는 "오영훈 도정이 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는 대부분 기존 공간의 간판만 바꾸는 수준"이라며 "행정이 청년의 창업 구조와 수익 모델을 고민하기보다 '공간 조성'과 '행사 개최'로 정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로컬브랜드 사업 지원을 받은 한 업체 대표는 "사업 초기에 반짝 효과는 분명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후속 지원이나 성장 관리가 이어졌는지 생각해보면 사실상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보여주기식으로 단기 성과만 내세우기보다 현장의 청년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몰의 침체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 의원은 "청년몰 공실 증가는 청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라며 "시설 위주 지원, 현장과 괴리된 공모 평가, 창업 이후 사후관리 부재가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도 빠르게 줄고 있다. 청년몰 활성화 예산은 2021년 43억8000만원에서 올해 13억7000만원으로 5년 새 68%나 삭감됐다. 제주도 또한 청년몰 유지·관리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아 '조성 후 방치'가 반복되고 있다.

 

제주청년상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청년몰이 사라진 자리에 '로컬브랜드 육성센터'나 '창업지원공간'이라는 간판이 붙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빈 점포만 남아 있다"며 "진짜 문제는 예쁜 공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년몰은 창업 생태계가 아닌 행정 결과물에 머물러 있다"며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구조적 지원, 지역 상권과 연계된 실질적 매출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로컬브랜드 활성화'는 결국 말뿐인 구호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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