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고용 창출 방법이 '기간제 공무원?' … 숫자 늘리기 '급급'

  • 등록 2025.10.22 13:27:59
크게보기

청년 체험형·인턴 중심 채용 구조 고착 … "지속 가능한 고용정책 시급"

 

 

제주도가 올해 공공과 민간 부문을 합쳐 6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은 기간제 공무원과 단기 인턴 중심의 '숫자 늘리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과 복지, 교육 등 상시 업무에까지 단기 계약직이 확대되면서 일자리의 질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7월 도청 한라홀에서 열린 '일자리혁신위원회 회의'에서 2025년 일자리 정책 방향을 논의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숫자 늘리기식'의 기간제 중심 채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당시 "공공과 민간 부문을 합쳐 6388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일자리 1649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관광업과 건설업의 고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비 50억원을 투입, 관광 분야 637개 일자리를 지원하고 건설노동자 1800명의 생계 안정을 위한 고용안정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가 밝힌 대규모 고용창출 계획의 상당수가 기간제 근로자와 청년 체험·인턴형 채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도청과 산하 기관에서 올해 신규 채용된 500여 명 중 상당수가 한시 계약직이거나 기간제 근로자로 확인됐다.

 

교육 현장에서도 단기 계약 채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체 담임교사 3048명 중 기간제 교사는 438명으로 전체의 14.4%를 차지했다. 기간제 담임 비율은 2023년 11.4%, 2024년 12.2%에 이어 올해 14.4%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이 32.4%로 초등학교(5.2%)와 고등학교(23.9%)보다 월등히 높았다.

 

도내 한 기간제 교사는 "학생과 신뢰를 쌓기도 전에 계약이 끝난다"며 "행정 효율보다 교육의 지속성이 더 중요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행정과 복지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이나 공무직은 필수 직무교육을 이수한 뒤 현장에 투입되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이러한 절차 없이 바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업무 공백이나 법적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도내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인력난을 호소하자 돌아온 답은 기간제 인력 충원이었다"며 "땜질식 대응으로는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년층 대상 일자리 사업 역시 체험형·인턴형 중심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제9기 제주청년참여기구 일자리분과 한 청년위원은 "청년 일자리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단기직만 늘어난다"며 "상시 업무가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최근 수년간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매번 유사한 지적을 반복해왔다.

 

2021년에는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도체육회 등 17개 기관에서 39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돼 기관경고와 주의 조치가 내려졌고, 2023년에도 제주경제통상진흥원, 제주사회서비스원, 제주개발공사 등이 기간제 근로자 관리 부적정, 평가 오류, 자격 기준 변경 등으로 적발됐다.

 

감사위는 올해 실시한 특정감사에서도 일부 기관이 상시 업무를 기간제 인력으로 대체하거나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등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도의 일자리 정책이 양적 목표에 치우쳐 있다고 분석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질 저하 문제는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며 단기 계약 일자리는 결국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청년고용이나 일자리 확대가 단순 '알바' 형태의 체험형 일자리로 둔갑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청년의 시각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목표를 위한 숫자 채우기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과 연속성이 필요한 상시 업무는 정규직 전환 또는 무기계약직화를 검토하고, 기간제 채용 시 계약 기간·복지 수준·재계약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숫자를 위한 고용이 아니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로 전환할 때 비로소 제주도의 진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1명
100%
반대
0명
0%

총 1명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