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억울함도 없게" … 제주 경찰 검거왕 최재호 경정

  • 등록 2025.10.21 10: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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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경찰 생활 마무리 "범죄자 검거 넘어 사람 인생 바꾸는 게 경찰"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늘 신념처럼 여겨왔습니다."

 

1994년 1월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첫 발령을 받은 지 32년.

 

지역경찰 10년, 여성청소년 수사 8년, 형사·교통사고조사 14년을 거쳐 현재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재호(60) 경정이 21일 제80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지난 32년 경찰 인생을 되돌아봤다.

 

올해 12월 퇴임을 앞둔 최 경정은 초임시절을 회상하며 "통일이 되면 대동강 파출소장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꿈과 함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경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 2∼3년차였던 서귀포 성산파출소 근무 시절 가출과 음주를 반복하던 결손가정의 한 중학생을 꾸준히 지도해 다시 학업으로 돌아오게 한 일을 떠올렸다.

 

시간이 흘러 제주시 동부경찰서로 옮긴 뒤 그 학생의 할머니가 먼 길을 찾아와 "덕분에 손자가 바르게 컸다"며 눈물로 감사 인사를 전했을 때 경찰의 존재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그는 "경찰이 단순히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이후 최 경정은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며 '검거왕'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2015년 전국 1천336개 경찰서 형사팀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 특별단속 평가에서 그가 팀장으로 있던 동부서 형사5팀이 상반기 2위, 하반기 3위를 기록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공로를 인정받아 본인은 물론 팀원이 각각 경감·경위로 특진하는 성과를 냈다.

 

제주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최 경정이 잊지 못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

 

 

지난 2013년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서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이웃 주민 7명을 무더기로 검거한 제주판 '도가니' 사건이다.

 

입주자 대표와 장애인단체 간부 등 7명이 오랜 기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적 장애 여성을 돌아가며 성폭행한 사건은 제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청각 장애인 학교 아동에 대한 성폭행 등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영화 '도가니'(2011)를 떠올렸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 이 사건은 제주사회에 장애인 보호 사각지대를 일깨워 제도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18년 발생한 제주 최초 아동학대치사사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 경정은 5살 의붓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죽음으로 이르게 한 30대 여성 A씨를 붙잡아 구속시켰다.

 

의붓어머니 A씨는 날카로운 물체로 아이에게 충격을 가해 상처를 입히고, 뜨거운 물로 찜질하며 얼굴에 화상을 입히는 등 학대를 해왔다.

 

그리고 2018년 12월 의붓아들을 심하게 다그치며 훈육하던 중 기절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계모가 눈물을 흘리며 학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가족들도 A씨를 두둔하자 사건은 단순 안전사고로 영영 묻힐 뻔했다.

 

하지만 최 경정은 압수한 휴대전화를 면밀히 살펴 A씨가 다른 자녀들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1년 여간 지속적으로 학대한 증거를 찾아내 3개월 수사만에 A씨를 구속했다.

 

지난 2019년에는 자녀가 폭행을 당했다고 보험회사를 속여 수천만원의 상해보험금을 타내고 이 과정에서 5년간 2천여 건의 거짓 민원을 제기해 초등학교 교사들을 괴롭히며 교권을 침해한 40대 부부를 구속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억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교사, 언론인, 소방관을 무고하는 등 악질이었지만 적극적인 수사로 모든 범행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제주의 사찰 납골당에 들어가 훔친 유골함을 유족에게 되찾아주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유골함 6기를 훔쳐 28억원을 피해자 가족들에게 요구하자 최 경정은 부모와 남편의 유골함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동부서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해 3일만에 유골함을 모두 찾아냈다.

 

최 경정은 최근 2년간 동부서 형사과장으로 있는 동안 그 어떤 살인·특수강도 등 강력사건이라도 짧게는 1시간, 길어도 하루 이내에 모두 해결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단 한 건의 미제 강력사건도 없었다.

 

그는 이 모든 공을 함께 땀을 흘린 형사과 직원에게 돌렸다.

 

최 경정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범죄, 목격자가 없는 사건들이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이고 꼼꼼한 수사로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고 보강증거를 찾아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피해자 회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래야만 우리 경찰이 이웃처럼 든든한 존재로 각인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퇴직 후에도 밖에서 항상 제주 경찰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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