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잘한 일" … 비판 거세지는 동광로 BRT 사업, 다시 설계?

  • 등록 2025.10.21 09: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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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감자료엔 '10월 착공' 명시했지만 연기 … "전용노선·정류장 구조·시외버스 대책부터"

 

제주시 도심을 관통하는 제주형 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BRT) 2구간 공사가 당초 계획과 달리 연기되면서 정책 방향을 처음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초 이달 시작을 예고했던 제주시 동광로 중앙차로 및 섬식정류장 공사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도민 불편사항을 보완한 뒤 공사 시점을 결정하겠다"며 "서광로 구간을 시범사업으로 보고 개선점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 제출된 감사자료에는 '10월 착공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어 발표 직전에 입장이 돌변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실무 부서가 자료를 뒤집을 이유가 없는 만큼 일각에서는 "오영훈 제주지사 등 도정 차원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와 교통정책 비평가들은 오히려 "공사 중단이 잘한 결정"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사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년 넘게 교통공학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민 불편과 구조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했지만 행정이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핵심 쟁점은 ▲전용노선 계획 부재 ▲시외버스 미정차 문제 ▲정류장 구조 불합리성 등이다. 현재 동광로 BRT 구간은 전용차로 체계나 노선 마스터플랜 없이 '버스전용도로+섬식정류장' 공사부터 이어지는 구조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우선 도심 BRT 전용노선을 어디로 설정할지부터 검토하고 확정한 뒤 그에 맞춰 정류장·차로·환승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구조상 섬식정류장에는 200번대 시외버스가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도내 교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도심권 무정차 통과를 전제로 환승체계를 새로 설계하거나 외곽 환승 거점 확보 및 노선 재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류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승·하차 과정에서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통유리 구조물은 개방형으로 바꾸거나 스크린도어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사비를 불필요하게 늘리고 안전성까지 떨어뜨리는 이중 지붕 구조 역시 과감히 철거해 효율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전 센터장은 "정류장 공사에만 급급한 현재 방식으로는 사업비 300억원이 넘는 2·3·4구간이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 연기는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전면 재설계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RT는 민선 8기 대중교통 중심 도시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지만 기초 설계 단계부터 총체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시민 불편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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