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폭삭속았수다?’ ... '수고했다' 제주말이 졸지에 '사기당했다'

  • 등록 2025.10.10 10: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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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앗수다' 대신 '속았수다' 표기 오해 소지 ... "드라마 영향, 잘못된 표기 확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공항공사 규탄 집회 현수막에 잘못된 제주어 표현인 '폭싹속았수다'가 사용되면서 의미 왜곡과 문화 경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 6일 김해국제공항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규탄 집회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내건 현수막 문구가 제주어 표기 오류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은 현수막에 "불공정 계약! 지배 개입! 낙하산 인사! 자회사 탄압! '한국공항공사' 폭싹속았수다"라는 문구를 내걸었으나 이 가운데 '폭싹속았수다'가 제주어 원형을 훼손한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속았수다'라는 단어의 의미다. 제주어에서 '속앗수다(또는 속앗우다)'는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표준어에서 '속았다'는 '사기를 당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받침을 쌍시옷(ㅆ)으로 쓰는 순간 제주어 본래 뜻이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되는 것이다.

 

제주학연구소 관계자는 "제주어 과거형 표기에는 쌍시옷이 없기 때문에 '속았수다'라고 쓰면 '사기당했다'는 뜻으로 읽히게 된다"며 "공공장소에서 의미 왜곡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가 '멋진 제주 속았수다'라는 문구를 간판에 사용했다가 "잘못된 제주어 사용으로 '사기당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민원이 제기돼 정정 권고를 받았다.

 

제주어보전회는 "과거형 표준 표기는 '속앗수다'이며 지역에 따라 '속앗우다'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폭싹'이라는 표현 역시 올바른 표기는 '폭삭'이다. 이는 '복삭(매우·몹시)'의 강조형으로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이후 간판·홍보물·현수막 등에서 잘못된 표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어보전회 관계자는 "드라마 이후 쌍시옷 표기가 급속히 퍼지면서 언어 의미가 왜곡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해공항 현수막 논란이 단순한 오기를 넘어 제주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현장에서 현수막을 본 제주도민 정모씨(33·여)는 "노조가 항의의 뜻으로 사용했더라도 '속았수다'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 '사기당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사용되는 언어일수록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민 김모씨(60·여)는 "불공정 계약이나 낙하산 인사 같은 부정적인 표현 뒤에 갑자기 '수고했다'는 의미의 문구가 붙으니 마치 파업 대상자를 응원하거나 격려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상황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공항 이용객들 역시 "항의 메시지보다 언어 오류가 먼저 눈에 띈다", "노조 현수막이라도 공공장소에서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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