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보고서도 "서귀포 관광극장 보전가치 최고" ... 국내외 건축계 "보존해야 할 유산"

  • 등록 2025.09.30 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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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사회 "전통 돌쌓기와 콘크리트 결합, 희소한 건축자산" ... 서귀포시장 "건축·예술적 희소성 없다"

 

서귀포시의 옛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강행을 놓고 국내외 건축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건축자산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건축물을 공론화 절차 없이 없애려는 행정 결정에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대 건축 유산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단체 도코모모 인터내셔널과 도코모모코리아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1963년 개관한 서귀포 관광극장은 지역 최초의 영화관이자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공간이었다"며 "행정 주도의 일방적 철거를 중단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30일 촉구했다.

 

관광극장은 2015년 지붕 없는 공연장으로 재개관해 시민 예술 활동의 장으로 활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단순한 시설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기억을 담아온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벽면은 단순히 시멘트로 칠해져 있고 건축적·예술적 희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철거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2020년 발간한 '제3차 제주도 건축자산 기초조사' 보고서는 관광극장의 보전 수준을 최고 등급인 '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극장의 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정면 차양 장식과 돌쌓기 외벽의 보존 상태를 높이 평가하며 희소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도건축사회 역시 "관광극장은 제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 건축물이자 전통 돌쌓기 기법과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결합된 드문 사례"라며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전문가 자문과 시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근대 건축물 철거를 추진한 행정에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귀포시는 철거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건축계와 도민사회에서는 서귀포시 행정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올레 이사회는 "이번 사태는 남은 것을 어떻게 지키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겼다"며 "서귀포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복원과 계승의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성민 씨오에스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대표도 "서귀포 관광극장은 우리에게 영원한 기억으로 남아야 할 공간인데 헐리고 있다"며 "시민의 삶과 추억을 짓밟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건축계는 지역 문화 단체와 건축 전문가, 시민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인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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