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제이누리 그래픽]](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8/art_17582420389442_5b2a53.jpg?iqs=0.17060410776855484)
제주도내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이 민원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사건이 잇따랐지만 정작 도내 공무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제주도청 본청과 시청 일부 부서, 민원실을 제외하고는 일반 부서나 산하기관, 유관기관에는 자동녹취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민원은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 경찰 협력 체계로 대응할 수 있지만 전화 민원은 공무원 개인이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도내 공무원 A씨는 "민원인이 전화를 걸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에 월급 받는 사람이 국민을 상대로 거절할 수 있냐, 상위 부서장을 연결하라, 이름이 뭐냐, 인권위에 진정을 넣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민원인이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막는다'며 고소를 협박했고, 결국 경찰서에 진정서까지 제출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에서 접수된 민원성 형사 고소·고발 건수는 약 2만5000건으로 인구 10만명당 3623건에 달한다. 전국 평균(10만명당 881건)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제주도는 대응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을 정례화하고, 지난달에는 민원 담당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고충민원 역량강화 교육'을 열어 대응 요령을 공유했다.
그러나 현장 공무원들은 "교육과 훈련만으로는 실질적 보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전화 민원 대응 장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다른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충남 태안군과 충북도청, 서울 구로구 등은 이미 행정전화 자동녹취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민원 전화를 사전 고지 후 녹취하고 있다. 민원인의 폭언을 억제하는 동시에 실제 법적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폭언·폭행 민원인의 퇴거 명령과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반면 도는 '민원업무담당 공무원 보호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자동녹취 도입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제주도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욕설과 협박, 무고와 고소 위협이 반복되는 현장에서는 공무원의 기본적 생명권과 인권이 위태롭다"며 "법원의 인식 개선과 함께 자동녹취 도입, 피해 공무원 심리 회복 지원 등 실질적인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실제 제주도의 민원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공식 민원 건수는 약 12만건으로 2023년(7만6000건)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진정·신고·청원 등 법적·행정적 절차에 따른 공식 민원만 집계한 수치다.
그러나 일상적 행정 처리 건과 콜센터 접수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크다. 올해 상반기(1~6월) 제주시에서만 195만4000건의 행정 민원이 처리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민원과 생활형 행정 민원 모두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작 공무원 보호 장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