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보여주기 관광' … 쿠폰·행사 반복, 제주 관광 '제자리'

  • 등록 2025.09.01 13: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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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줄고 해외 수요 폭증 속 공항 이벤트·할인 의존 … "체류형 전략 없이는 미래 없다"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제주 관광정책이 여전히 공항 환영행사와 할인 쿠폰 같은 전시성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해외여행 수요 급증 속에서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관광업계와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예약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제주는 내국인 수요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제주도와 유관 기관의 대응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박람회 참가, 공항 환영행사, 각종 할인 쿠폰 제공 등이 여전히 주된 대책으로 반복되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성과가 행사 건수나 홍보 실적 위주로 평가되다 보니, 정작 체류 확대나 질적 개선보다는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이달부터 도입하는 '디지털 관광증(나우다패스)'도 참여 관광지가 전체 회원사 대비 1% 수준에 불과해 이용자 체감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내 특급호텔 마케팅 팀장 박모씨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건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통합형 패스인데 지금은 종이 쿠폰을 앱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쿠폰 역시 근본적인 가격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다. 한 여행 플랫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추석 연휴 국내 여행 물가가 평소보다 비싸다"고 답해 소비자 선택지가 해외로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러한 전시성 사업이 기관 차원을 넘어 행정 성과 지표로 편입된다는 점이다.

 

서귀포 한 호텔 대표 조모씨(43)는 "행정 성과가 주로 방문객 수나 행사 건수 같은 숫자로 평가되다 보니 기관들도 그 틀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체류 기간이나 소비 규모처럼 질적인 성과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는 장기 체류를 유도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태국은 이달부터 외국인 관광객 20만명에게 국내선 왕복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해 지방 도시로 이동을 유도하고 체류 기간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한다.

 

도내 태국 인바운드 여행사 실장 채모씨(33·여)는 "제주는 여전히 공항 환영행사나 할인 쿠폰 같은 단기 이벤트에 머물러 있다"며 "관광객을 얼마나 오래 체류하게 하고 소비로 연결할지에 대한 전략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 오모씨(55·여)도 "관광의 핵심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며 어디서 소비를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숫자 맞추기식 대응만으로는 지역 일자리 창출이나 소비 확대 같은 실질적 성과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이번 추석 연휴는 제주 관광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기 이벤트 중심의 반복 구조를 넘어 장기 체류와 소비 확대로 이어질 체류형 관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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