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악계의 원로이자 평생 한라산을 오르며 산악문화를 일궈온 소산(素山) 안흥찬 선생이 지난 2일 밤 선종했다. 향년 96세. 제주의 원로 산안인 안 선생이 2008년 11월 6일 자신의 50년 산악인생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소산 산악관'에서 조난자 구출용 등으로 사용하던 망원경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832/art_17542700936247_9aa8b4.jpg?iqs=0.5771739623636692)
제주 산악계의 원로이자 평생 한라산을 오르며 산악문화를 일궈온 소산(素山) 안흥찬 선생이 지난 2일 밤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故) 안흥찬 선생은 1930년 제주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한라산을 처음 오른 후 생애 수천 회에 걸쳐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제주 산악문화의 초석을 다졌다. 4·3 시기를 거쳐 입산 통제가 풀린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등반 활동을 재개했고 안전한 등산문화 확산과 등산로 개척 등에 앞장섰다.
특히 1961년에는 한라산에서 빈번히 발생하던 조난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적십자사 제주지사 소속으로 전국 첫 산악 구조 조직인 '제주산악안전대'를 창설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김종철, 고영일, 부종휴, 강태석, 김현우 등과 함께 안전대 조직을 주도했다.
'제주산악안전대'는 구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고 예방과 안전 등반에 중점을 두는 제주의 산악철학을 반영해 '구조대'가 아닌 '안전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안 선생은 이후 제주산악회 회장,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 초대회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기반을 닦았고, 2012년에는 대한산악연맹이 선정한 '연맹을 빛낸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산악인인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했던 고인은 수묵화 작업을 통해 한라산의 사계를 화폭에 담았다. 여러 차례 개인전과 국내외 미술대전에 참여했다. 2008년에는 자신의 등반 장비와 기록을 모아 '소산 산악관'을 개관했다. 2022년에는 산악박물관에 장비와 작품을 기증해 한라산에 대한 삶의 기록을 후대에 남겼다.
고인은 개관 당시 "한라산을 부모와 스승처럼 받들고 때론 연인처럼 지내며 해로했다"며 "고상돈 오희준씨 같은 세계적인 산악인을 배출한 제주 산악계의 자료보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빈소는 제주시 신제주성당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9시 45분이다. 유족으로는 3남 1녀가 있다. 장지는 제주시 해안동 가족묘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