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이 21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61세.
양 원장은 제주 향토음식 초대명인 김지순씨의 아들로 어머니와 함께 구전으로 전해지던 제주 전통 음식을 기록하고 체계화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21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새벽 3개월여의 투병 끝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눈을 감았다.
양 원장은 '냥푼밥상'을 운영하며 제주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기반으로 한 요리를 선보였고, 국내외 미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낭푼밥상'은 세계적인 음식평론가 그룹 '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이 꼽은 '아시아 최고 전통 음식점'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 로컬푸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제적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방송과 칼럼, 전통 조리법 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 향토음식의 대중화에도 힘썼다.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의 식문화 교육에도 꾸준히 참여해 후학 양성과 식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양 원장은 생전에 "잊혀가는 전통 음식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그 원형을 복원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단순한 조리법의 재현만으로는 복원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의 바다가 아니고 토양이 변했으며 발효를 돕던 자연환경도 달라졌다"며 "전통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모친인 김지순 명인과 함께 제주 향토음식의 학술적 기록 작업에도 앞장섰다. 2010년 제주도 지정 초대 향토음식 명인으로 선정된 김지순씨와 고인은 제주도와 제주대가 1년간 공동 작업한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 도록의 집필 및 제작에 참여했다. 이 도록은 329종의 전통 향토음식을 조사·재현하고 표준 조리법과 식재료 배경, 관련 구술까지 총망라한 기록물로 양 원장은 주요 사진 작업을 맡아 도록 완성에 기여했다.
이 도록은 고양숙 제주대 교수를 집필위원장으로 김지순 명인을 포함한 식품·조리·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향토음식의 정통성과 재현성을 학술적으로 담아낸 저작물이다. 모자(母子)가 함께 집필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는 제주 향토음식 보전 활동에서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전통음식 복원은 곧 삶의 환경을 되돌리는 일"이라는 고인의 철학은 지역의 기억과 삶이 깃든 밥상을 되살리는 울림으로 남았다. 그의 생전 활동은 단순한 음식 재현을 넘어 제주인의 정체성과 생활방식을 되찾는 일이었다. 그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4개월간 '양용진의 미담(味談)'이란 이름으로 본지에 이런 내용의 맛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제주시 혼길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3일 오전 8시다. 화장은 오전 10시, 장지는 양지공원이다. 유족은 부인 조수경씨와 1남1녀.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출처=양호진 페이스북]](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0/art_17530577749542_694878.jpg?iqs=0.1182520160524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