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장, 여성 승무원 불법 촬영하고도 '조용한 퇴사'?

  • 등록 2025.07.09 17: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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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찍고도 퇴직금 받고 나갔다" … 징계도 없이 출구 열어준 항공사

 

국내 민간항공사 현직 기장이 여성 승무원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측이 별도 징계 절차 없이 퇴사 처리를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항공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A항공 기장 B씨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한 뒤 공항 터미널 내에서 동료 여성 승무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단순 촬영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B씨는 촬영한 영상을 피해자의 실명과 함께 공군사관학교 출신 기장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유포 여부와 2차 피해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해당 기장은 공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A항공 기장으로 근무해 온 인물이다. 수사가 개시되자 자진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는 별도의 징계위원회 없이 이를 수용했다. 퇴사는 '일신상 사유'로 처리됐다. 퇴직금 수령도 가능한 상태다.

 

이 같은 처리 방식에 대해 내부 통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항공사는 직원 윤리 기준과 대외 신뢰가 중요한 업종임에도 불법 촬영과 유포와 같은 사안에 대해 즉각적인 징계 없이 퇴사만으로 매듭지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전송·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최대 징역 7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라며 "항공사처럼 사회적 신뢰와 윤리 기준이 요구되는 조직일수록 형사 절차와 별개로 엄정한 내부 징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A항공 관계자는 "최근 무안공항 사고 등으로 항공안전에 대한 대외 신뢰 회복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번 사건까지 발생한 것은 내부 리스크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회사의 대응 방식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며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A항공은 "현재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해를 입은 여성 승무원에 대한 보호 조치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징계 없이 퇴사 처리된 기장의 퇴직금 수령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지만 당사는 해당 기장의 사건범행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퇴직의사를 전달받아 처리했을 뿐으로 사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영상 저장 및 전송 여부, 단톡방 공유자에 대한 추가 조사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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