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대통령 차부터 내 차까지 불법? … 틴팅, 법은 있는데 단속은 없다

  • 등록 2025.06.26 1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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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호차부터 일반 시민까지 ... 단속 없는 틴팅 규제, 도로 위 안전불감증 키운다

 

자동차 창유리에 부착하는 '윈도 틴팅'(window tinting)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팅'이라 부릅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단어입니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선팅'을 입력해도 수많은 시공 업체와 상품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틴팅은 단순한 외관 미용이 아닌, 법과 안전이 맞닿아 있는 영역입니다.

 

"요즘엔 차 안이 너무 훤히 보이면 불편해서요."

 

제주시 노형동 한 자동차 틴팅 전문점. 상담을 받고 있던 한 고객은 "모두 이 정도는 하잖아요?"라며 자신 있게 전면 35%, 측면 15% 투과율의 '국민 선팅'을 선택했습니다.

 

이 고객의 선택은 법률상 명백한 '불법'입니다.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안전기준 모두 전면 유리는 가시광선 투과율 70% 이상, 운전석과 조수석 옆 창문은 최소 40~70%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대부분이 짙은 틴팅 필름으로 덮여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차량마저도 법적 기준을 초과한 투과율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노형오거리에서 실제로 살펴본 결과 신호 대기 중인 차량 10대 중 9대가 육안으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진한 틴팅을 한 상태였습니다.

 

운전자들의 인식도 이 현실을 방증합니다.

 

제주시 삼도동 한 운전자는 "밤에 안 보이는 건 맞는데 다들 하니까 그냥 저도 그렇게 했어요."

 

이렇게 대놓고 법이 무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장 경찰관의 답변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현장에서 가시광선 투과율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틴팅 미터'라는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제주 지역 경찰서 가운데 이 장비를 보유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활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

 

조금 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제주경찰청 교통과에 문의해봤습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현재 장비 유무와 관련해서는 확인해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결국 단속의 가장 기본이 되는 측정 장비의 존재 여부조차 경찰 내부에서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동차검사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자동차검사소 직원은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틴팅 검사는 항목 자체가 없다"면서 "설사 틴팅이 매우 짙다고 느껴져도 검사 기준에 없기 때문에 합격 처리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제도는 있지만 단속은 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탓에 국민 대다수가 위법 상태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틴팅 위반으로 단속된 사례는 '0건'입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제도적 허점뿐만 아니라 짙은 틴팅의 부작용입니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낮아지면 야간, 비 오는 날, 흐린 날 등 저시인성 상황에서 시야 확보가 극히 어렵습니다. 실제로 투과율이 30% 미만일 경우 소주 반 병을 마신 상태와 유사한 수준으로 사물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가시광선 투과율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사이드미러로 보는 사물거리 감각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운전의 핵심인 시야 확보가 틴팅으로 위협받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는 모든 안전의 출발점입니다. 틴팅은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틴팅의 목적은 본래 태양광과 열 차단을 통해 냉방 효율을 높이고, 눈부심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틴팅을 하는 주된 이유는 '사생활 보호'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운전석은 엄연히 도로 위 공공장소지만 국내 운전자들은 이를 개인 공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전면 유리와 운전석 측면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있으며 경찰이 현장에서 틴팅 투과율 측정 장비를 소지한 채로 직접 단속에 나섭니다. 기준을 초과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제거를 명령하거나 수백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합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면과 운전석 측면 유리의 틴팅 규제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위반 시 현장에서 바로 벌금 처분을 받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2023년 6월 일본 민영방송 FNN은 주일본 한국대사관 외교차량 여러 대가 일본 법률을 위반해 짙은 틴팅 상태로 운행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대사관 측은 '법률을 위반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운전석과 보조석의 필름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외무상도 "외교단 역시 주재국 법을 존중해야 한다"며 주의를 환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외교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제주도내 차량 틴팅 시공업체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객들이 물어보면 안 걸린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불법인데 단속 안 합니다. 만약 단속하면 제가 책임집니다. 그 정도로 단속이 없어요."

 

하지만 그 '단속 없음'은 단지 편의를 위한 선택일 수 없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도로 위 안전은 모두가 공유하는 생명줄입니다. 검은 필름 뒤에 숨어버린 안전불감증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불법 상태인 현실을 감안해 현실적인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거나 최소한 단속과 검사 체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법이 현실과 괴리된 상태로 방치된 채 '무단 유예'되고 있는 지금,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 자체의 권위도, 안전도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무작정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기술적 검사를 반영한 유예 기준 설정, 단계별 경고제,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인증필름 제도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차부터 내 차까지 모두가 위법 상태인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도로 위 우리의 안전을 위해 지금 잠깐만요!! 한 번쯤 멈춰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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