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보다 싼 제주행 항공권에도 관광객 10만명 증발

  • 등록 2025.05.15 1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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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광객은 줄고, 소비는 '꽁꽁'" ... '제주보다 해외로' 현실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연중 최대 규모의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행 노선은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부 제주행 항공권은 편도 2400원, 전체 1만4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관광객 수와 지역 내 소비는 여전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4월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만7000명 줄었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도 9000명이 감소해 회복세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내국인 개별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15만9000명이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공항 국내선 운항 편수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168편 적고, 크루즈 입항 실적 역시 지난해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 소비 위축으로 직결됐다. 3월 기준 제주지역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7%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생산지수는 9.9%, 예술·레저 분야는 19.0% 줄었다. 같은 기간 제주지역 건축허가면적도 63.1% 감소했고, 취업자 수 역시 10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항공운임만 놓고 보면 지금은 '역대급 할인' 수준이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이달 기준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최저 2400원에 판매했고,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를 포함한 총액도 1만4000원대에 불과하다. 공항세보다 운임이 낮은 이례적인 구조다.

 

그럼에도 수요 회복은 더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특가 항공권을 내놔도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예상만큼 탑승률도 오르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제주가 여행지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유류할증료 인하 효과도 제주에는 제한적이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제주 노선은 여전히 7만~10만원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보다 해외가 더 싸다'는 체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제주공항 내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운임만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체류의 밀도, 콘텐츠의 설득력이 없으면 단순한 가격 인하로는 수요를 끌어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선 노선 확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제주 노선은 점점 변두리로 밀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7월부터 캐나다 밴쿠버 정기편을 신규 취항하고, 진에어는 동남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제주발 국제선은 슬롯, 수요, 항공사 운영 환경 모두에서 확장 여력이 크지 않다.
 

지난달 제주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편 증가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활기를 띠었지만 업계는 이를 구조적 회복으로 보지 않는다. 수학여행, 연휴 특수 등 계절적 수요가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만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항공편이 늘더라도 제주에 체류할 이유가 부족하다면 소비 회복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관광 정책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2000원대 항공권은 이벤트가 아니라 위기의 징후"라며 "지금 제주가 회복하지 못하는 건 가격 때문이 아니라 머물 이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호텔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고급 호텔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중소형 호텔은 내국인 수요 부진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제주도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객실 예약률이 99%에 달할 정도로 바쁘다"고 전했다.

 

반면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중소호텔 지배인은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며 "물가 상승으로 단가를 올린 상황에서 특급호텔마저 가성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특히 외곽 지역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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