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근해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가 법인(legal person)의 지위를 갖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도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대한민국 제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현재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협의가 진행 중이다. 도는 하반기 정기국회에 맞춰 정책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내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생태법인은 자연환경에 법인격을 부여, 강력한 보호와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법인격을 갖추면 기업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듯 동식물도 후견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해외에서는 2010년을 전후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터전인 왕거누이강, 스페인 지중해 석호(바다와 강이 만나는 연안에 형성된 호수) 등 자연물에 법적 지위가 부여된 사례가 있다.
또 에콰도르는 2008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했고, 볼리비아는 2010년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어머니의 대지법'을 제정했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동물원에 갇힌 오랑우탄 산드라를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로 인정했다.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서식지 보호와 개체 수 유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보존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9일 주간 혁신성장회의에서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관련된 사례를 언급하며 "생태법인 지정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남방큰돌고래의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다음달 2일부터 10일까지 생태법인 지정을 위한 서포터즈를 공개 모집한다. 이들은 정책 제언, 정보 교환, 홍보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또 생태법인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을 조사·분석하기 위해 토론회와 설명회 등을 연다.
도는 또 오는 24일 김녕해수욕장에서 ‘2024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하는 플로깅’ 행사를 열 예정이다. 도민과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될 계획이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제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돼 사람과 자연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