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생산과 소비의 핵심이다. 인구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우리가 바라봐야할 가장 중요한 지표다.
아이를 안 낳는다는 푸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충격적이다. 100만 명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1971년 이후 출생아 수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점을 맞은 1971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1972년 출생아 수는 90만 명 대로 하락했고, 1974년 80만 명, 1978년 70만 명, 1984년 60만 명 대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50만 명과 40만 명, 2017년과 2020년에 다시 각각 30만 명과 20만 명대로 하락해 버렸다. 출생아 수 26만 명을 기록한 2021년은 1971년 대비 4분의 1로 대폭 하락한 해가 되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네 집 중 세 집에선 들리지 않는 해가 된 셈이다.
<참고 : 2023년 12월 27일 통계청은 10월 출생아 수가 1만 8,90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2024년엔 21만 8000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출생아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총인구(내국인+외국인) 수는 사정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총인구 수는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0년 이후 총인구 수는 서서히 하락을 시작했다. 2040년을 지나면 하락 추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60년을 지나면서 하락폭이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2070년에는 총인구 수가 3766만명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앞으로 약 45년이 지나면 전쟁과 기록적 자연재해,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외부 충격 없이도 14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사라져버리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6%, 2000년대 4%, 2010년 2%로 10년마다 2%p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2030년에는 1%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중립적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항목들 중 노동 증가율의 감소가 유독 눈에 띈다. 노동증가율은 2020년 0.64%를 기록해 1% 미만으로 떨어졌고, 2030년에는 -0.73%로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2040년과 2045년에는 각각 -1.05%와 -1.34%를 기록하며, 전체 잠재성장률 하락을 주도한다. 우리가 앞으로 맞게 될 성장 종말의 원인은 인구 감소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구는 소비를 감소시켜 내수기반을 축소시킨다. 핵심소비 연령층을 대게 35세부터 55세까지로 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소비가 본격화되고, 정년을 5년 정도 남겨서는 소비를 크게 줄이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를 기반으로 추정한 핵심소비층(35세~55세)의 인구수는 2010년 2089만 명을 기록해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총인구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0년보다 10년이나 앞선다. 14년전부터 우리는 내수기반이 축소되는 시대를 살아왔던 것이다. 정점을 지난 핵심소비층 인구수는 2020년 1878만 명, 2025년 1684만 명으로 하락하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55년에는 937만 명으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약 20년이 지나 2055년이 되면, 핵심소비층의 소비 여력이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게 된다.
핵심소비층 인구 수를 총인구 수로 나눈 비중은 2010년 43.5%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소비층의 인구 수가 전체 인구의 43.5%를 차지하면, 소비력이 상승해 경제 활력도가 상승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핵심소비층 인구의 비중은 급하강하기 시작한다. 총인구 수는 2010년 이후에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핵심소비층의 인구 수는 하락세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총인구 수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2040년부터 핵심소비층 비중의 하락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부터 총인구 수가 다소 하락폭을 키우면서 2055년에는 20%를 간신히 턱걸이 할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춰지면서 핵심소비층 연령이 35세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1981년에는 아이를 가진 여성 중 20~24세가 28.3%, 25~29세가 36.4%로 20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2년에는 30~34세가 45.8%, 35~39세가 29.2%로 중심 연령층이 30대로 바뀌었다. 4명 중 3명이 30대에 아이를 갖기 시작하면서 소비를 크게 늘리기 시작하는 연령층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 여성들이 연상의 남자와 주로 결혼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남성을 포함한 핵심소비층의 폭은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이는 내수기반의 핵심을 이루는 소비층의 시작 연령을 35세 이상으로 재조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현재까지 인구의 구조적 변화가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영향과 핵심소비층 구조적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인구는 개인과 커뮤니티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국가, 그리고 전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최근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1~2차산업에서 계절노동자들이 농촌과 산업현장에서 쉽사리 보이는 것은 더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3차산업과 앞으로 본격적으로 맞게 될 4차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 혁신 및 인공지능(AI), 로봇 등 인간을 대체할 신기술 개발에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생산인구 확보 종합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일과 가정생활 병행을 돕는 기업의 출산양육친화제도가 여성 근로자의 출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인구 증가를 막는 가장 큰 원인(primary reason)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선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경력단절을 막고 계속근로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형태 유연화와 사내 양육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핵심인 셈이다. 정부도 제재가 따르는 현재의 '징벌적 접근'을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의 자발적인 이행을 유도해야 한다.
축소되고 있는 핵심소비층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짐에 따라 핵심소비층이 축소되는 현 상황에서, 퇴직연령을 높이면 상당한 소비층이 새로 생겨날 수 있다. 1959년부터 1971년까지 12년은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태어났던 베이비 붐 시대였다. 퇴직연령을 1년만 높여도 56세에 해당하는 100만 명의 핵심소비층이 당장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퇴직연령 연장 시기를 1972년 출생아부터 적용하더라도 우리의 내수기반을 상당기간 유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기업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수로 먹고사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와 겨루어 손색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생존을 넘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인구감소 시대에서 제주와 같은 지방정부는 외부의 자원을 내재화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에 대한 관점을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한 거주 중심에서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국내외 많은 지역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서로의 경제적 기회를 발굴하고 교환하는 일(상품과 더불어 사람, 기술, 용역의 교류)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최고의 청정 환경자원을 보유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우리 제주는 상황이 월등히 낫다. 워케이션(workation)과 같이 생활인구의 관점에서 국내외 인구를 적극 유치하고 이들을 생산과 소비 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앞으로는 인구 전쟁이다. 들불처럼 확산될 인구 전쟁에서 승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정귀일은?
= 제주 구좌읍 출신으로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 부임 이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근무했다. 비영리국제기구 Salzburg Global Seminar의 펠로우이자, 2009∼2010년 한국인 첫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무역·환경·수산 상임위원회 정책입법 보좌관을 역임한 국제통상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