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가 제주4·3 학살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병옥을 천안 대표 호국인물로 선정,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도내 4.3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9개 4·3단체는 9일 공동성명을 통해 "천안시와 박상돈 시장은 4·3 학살 책임자 조병옥의 호국인물 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천안시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천안을 대표하는 호국보훈 인물 5인 중 하나로 조병옥을 선정하고, 태조산 보훈공원에 '민족운동의 지도자'라는 문구가 포함된 홍보 표지판을 설치했다.
호국보훈 인물 5인 선정은 지난 4월17일부터 21일까지 천안시청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그 결과 유관순 93.4%, 이동녕 91.3%, 오규봉 77.6%, 로버트 마틴 75.2%, 조병옥 74.9% 등 5명이 호국보훈 인물로 선정됐다.
이 중 조병옥은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열린 1947년 3·1절 기념행사 도중 발생한 경찰의 발포 사건으로 시작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다.
4·3사건 당시 미군정청 경무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3.1절 발포사건 직후 제주도를 방문해 포고문을 발표하고, 3.1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이후 3·1 총격사건과 3·10총파업이 진행된 20여일 만에 제주도민 500여명을 붙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강경진압을 지시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온 섬(제주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수많은 양민 학살을 야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4.3단체들은 "2021년 동상을 철거한 부끄럽고 뼈아픈 경험을 단 2년 만에 무위로 돌리는 몰지각한 행보로, 4·3 유족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을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잇따른 4·3 관련 망언으로 결국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입었으며, 일부 극우 정당은 4·3 추념 주간에 4·3을 비하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천안시는 그런 역사 왜곡 행위에 동참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시의 이번 결정이 윤석열 정부 들어 횡행하는 4·3에 대한 왜곡과 부정의 흐름에 올라타려는 시도는 아니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한편 천안시는 2009년 ‘3·1 운동 90주년’을 맞아 아우내 독립 만세 운동 기념 공원을 조성하면서 횃불을 든 유관순 열사 동상을 비롯해 10명의 인물을 표현한 ‘그날의 함성’ 조형물을 설치했다. 천안시는 인물 10명 중 한 명이 조병옥임이 알려지자 2021년 본예산으로 ‘그날의 함성’ 동상 일부를 철거했다.
서울시 강북구청도 2018년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흉상 건립계획을 세우고 조병옥 전 경무부장 흉상을 세울 예정이었으나 제주에서 반발하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