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의회 갈등에 무용화된 '탐나는전' ... "쓸 이유 없다" 불만 폭주

  • 등록 2023.06.01 14: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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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할인혜택 중단 열흘째 도민불만.환불문의 빗발..."관광객 혜택 없애라" 또다른 갈등 양상도

 

"요긴하게 쓰고 있었는데 날벼락 맞은 기분입니다. 공지 바로 다음날에 (할인 혜택이) 중단되는 게 말이 됩니까?"

 

제주지역 화폐 탐나는전의 현장할인이 중단된 지 열흘째. 제주도와 도의회간 예산갈등이 불러온 지역화폐 공중분해 사태에 도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때 제주도 관련 부서와 탐나는전 고객센터에 환불 및 재개시점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탐나는전 가맹점에 한해 매출액 기준별로 적용됐던 5~10% 현장할인이 지난달 23일부로 하루 새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갑자기 사라진 혜택 ... "오락가락 할인, 언제 재개?"

 

제주도민 김모(44)씨는 "아이들 학원비를 결제하려고 탐나는전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는데, 전날까지도 없었던 할인중단 공지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바로 다음날 중단된다고 했다"면서 "바로 아이들 학원에 전화해서 몇 개월치 선불 결제가 가능한지부터 물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재개될 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있다. 학원비 결제만 해도 돈이 절약됐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평소 외식을 탐나는전 가맹점 위주로 했다는 또다른 도민 김모(46)씨도 "자주가는 식당 몇 곳이 탐나는전 10% 할인 가맹점이라 최근에 충전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넘기고 중단돼서 다행"이라면서 "예전처럼 인센티브 지급은 없어도 할인은 되니까 썼는데 이젠 할인도 안 되니 (탐나는전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도민 박모(39)씨 또한 "(탐나는전이) 소상공인 업체 결제시 할인만 되는 것으로 바뀐 이후 사용 빈도가 줄었다. 그런데 이제 할인도 안 된다고 한다"면서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탐나는전도 쓰지 말고 지출을 최대한 없애라는 말인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200억원 규모로 처음 발행됐다. 당초 10% 인센티브 지급 발행이 됐으나 국비 지원중단으로 인센티브 발행이 중단됐다. 이후 가맹점에 한해 매출액 기준별로 현장할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돌연 현장 할인혜택마저 중단됐다. 

 

도에 따르면 본예산에 편성된 100억원의 탐나는전 할인혜택 비용이 지난달 내 소진될 예정이었다. 이에 도는 탐나는전 할인혜택과 관련된 100억원의 예산을 추경안에 반영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가 추경안 심사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도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도는 향후 추경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소상공인 가맹점 할인 혜택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오는 5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경안 통과를 합의한 '원포인트 임시회' 이후다. 

 

제주도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할인재개 시점이다. 하지만 제주도청 관련 부서도, 탐나는전 고객센터도 도민들에게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바로 지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지급하기 위한 또다른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탐나는전 자체에 대한 도민 불만과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도민 박씨는 "앞서 인센티브 지급도 추후 재개 공지하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인 것을 보면 할인 재개공지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중단 공지처럼 어느날 갑자기 뜰 것"이라면서 "정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반 가정에서 비상금을 두는 것처럼 관련 기금이나 예비비 같은 것을 비축해 두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할인이 되니 썼지만 사실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할인이 됐다가 안 됐다가 하는 곳이 많다. 매출에 따라 3월 중, 혹은 9월 중 할인 비율이 달라진다고 알고 있지만 갱신일이 매장마다 다른 것 같다"면서 "지난 3월 초에는 분명 할인을 받았던 매장이 그달 말에 또 방문하니 할인 매장에서 제외돼 할인을 받지 못한 황당한 경험도 했다. 매번 가맹점 할인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는데 할인혜택 자체도 됐다가 안 됐다가 하니 쓰기 피곤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예산으로 관광객 지원 ... 탐나는전 관광객도 할인 맞나?

 

또다른 갈등 양상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탐나는전 혜택이 잠정중단될 때마다 떠오른 문제다. 지역화폐인데도 지역주민들 우선으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도민 임모(42)씨는 "예산 문제로 혜택이 중단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냐. 올해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예산이 떨어졌다니 무슨 일인가 싶다"면서 "관광객들에게도 다 뿌려서 이 사달이 난 것 아니냐. 1회성 사용자들에게도 다 해주니까 도민 혜택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임씨 뿐만이 아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지역화폐를 왜 관광객들이 쓰는지 모르겠다", "예산 문제로 자꾸 중단될 정도면 그 지역 사람들만 쓸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 등 비슷한 논조의 게시글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내의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및 카드를 말한다. 일부 지역화폐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역화폐에는 소득공제 혜택과 함께 결제 또는 충전금액에 대한 5~10% 내외 캐시백 혹은 인센티브(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지역 내 소비촉진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므로 발행 지역에서 사용하기만 한다면 타지역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다. 타지역에 주소를 뒀으나 지역화폐 발행 시.군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주민도 쓸 수 있으며, 잠깐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관광객도 구매와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이 지적하는 점은, 바로 제주도가 내국인만 연간 1300만명 이상 방문하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라는 것이다. 그것도 휴가철만 되면 '바가지 요금' 시비가 끊이지 않는 '물가가 높다'는 인식이 강한 관광지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가 조사.발표한 '2022년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여행에 대한 만족도 중 가장 점수가 낮은 것이 여행경비 부분이었다.

 

제주여행 불만족 사항을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사항에서도 '물가가 비싸다'고 응답한 비율이 53.4%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중교통 불편(12.1%), 다양하지 않은 쇼핑품목(11.1%), 관광종사원 불친절(5.8%), 부정확한 관광정보(5.7%) 등 다른 불만족 사항과 비교해 확연하게 높았다.

 

 

당연하게도 제주여행 커뮤니티에는 탐나는전을 활용한 '여행경비 아끼는 팁'이 난무한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에 제주로 가족여행을 왔었다는 이모(52.수도권 거주)씨는 "당시 탐나는전 우선으로 결제했었고, 전통시장에서도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썼었다"면서 "인원이 많다보니 끼니 때마다 기본 10만원 이상이 나왔다.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제주로 '혼여'를 온다는 정모(27.인천)씨에게는 탐나는전이 제2의 지역화폐다. 거주지에서도 지역화폐를 주로 쓴다는 정씨는 "제주에 올 때마다 (탐나는전을) 아주 잘 쓰고 있다. 매번 할인되냐, 안 되냐를 확인해야 하지만 괜찮다"면서 "예.적금 이자를 생각하면 4~5%만 더 준다고 해도 다들 하려고 하는데 탐나는전은 최대 10%까지 아낄 수 있다. 관광객들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처음으로 제주에 가족여행을 왔었다는 또다른 정모(31.경남)씨 또한 "여행계획을 짜면서 탐나는전부터 먼저 신청했다. 여행 후기를 읽다보면 탐나는전 사용을 추천하는 글이 많아 안 쓰는 게 손해같았다"며 "큰 식당은 매출이 많아 사용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충전한 탐나는전을 다 쓰고 돌아가기 위해 일부러 찾았던 작은 카페가 일정 중 방문한 카페 가운데 제일 인상깊었다.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주여행을 다시 오게 된다면 탐나는전을 활용할 수 있는 동선을 짤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 임씨는 이와 관련해 "지역화폐 자체가 타지역 사람들도 만들어서 쓸 수 있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하지만 제주도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 아니냐. 타 지자체와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객들에게도 혜택을 줘야한다면 도민 따로, 관광객 따로 적용해 도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지 않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제주를 제외한 국내 관광지 중 지역화폐 혜택에 대해 지역주민과 관외 거주자를 달리 적용하는 곳이 있을까?

 

먼저 수도권 근교 여행지로 유명한 경기도 가평군은 기존 지역화폐 '가평GP페이'와 별개로 주민등록상 관외 거주자만 사용할 수 있는 '관광객 전용 가평GP페이'를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내 가맹점에서 30만원을 사용하면 2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며 충전시 인센티브 10%도 주고 있다. 

 

또 경남 밀양시도 '밀양사랑카드'와 별개로 관광객 전용 '밀양사랑관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관광객의 특성을 고려해 즉시 발급가능한 선불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이다. 20만원 한도 내에서 충전금액의 10%가 인센티브로 지급되며, 지역 유료 관광명소 입장료 할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가평군과 달리 관내 거주자도 발급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특성상 거의 관광객들이 발급받고 있다. 

 

아울러 경남 양산시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관광객 전용 '양산사랑카드'를 발행하면서 개인당 월 50만원 한도로 충전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지급하고 있다. KTX 울산역과 물금역, 통도사, 시외버스터미널, 내원사, 황산공원 등 유명 관광지와 주요 교통 역사에 별도 제작한 관광객 전용 선불카드를 비치해놨다.

 

부산시 또한 지난해 11월 단기 방문자를 위한 '동백전 부산관광상품권 카드'를 정식 출시했다. 매달 30만원 한도로 사용 금액의 5%를 캐시백 받을 수 있다. 관내 거주자도 구분없이 발급받을 수는 있지만 ‘무기명 기프트카드’ 형식으로 5만원, 10만원의 정액권만 구입 가능해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아무리 관광객 전용 지역화폐라고 하더라도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예산을 '나눠쓴다'는 지적을 피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평군 및 밀양시, 양산시, 부산시 관계자 모두 "관광객 전용 인센티브 예산은 기존 지역화폐 인센티브와 분모가 같다"면서 "예산이 떨어지면 기존 지역화폐와 관광객 전용 지역화폐 할인혜택이 동시에 중단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 관계자 또한 "도민에게 돌아가야 할 지역화폐 혜택을 관광객들과 나눠쓴다는 비판이 일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예산을 도민과 관외 거주자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관광객들이 쓰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화폐의 목적 중 하나는 지역 내 영세 소상공인의 매출을 신장하는 것"이라면서 "제주도에는 연간 13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오는데, 그분들이 탐나는전을 발급받으면 다른 곳 가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전부 제주도 내에서 쓰고 돌아가신다. 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지역이웃들의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계적으로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탐나는전 발행액이 타지역보다 많은 것은 관광객의 사용량도 더해진 것으로 본다. 지역주민들로만 운영하게 된다면 발행액이 이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타지역의 경우 오히려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우리 지역에 와서 지역화폐를 써달라'며 홍보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상권 매출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관점에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탐나는전 할인혜택 재개까지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200억원 규모로 처음 발행됐다. 개인별 할인한도 이내로 충전할 경우 충전금액의 10%에 해당하는 할인금액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판매량 급증으로 지난해 4월 예산이 조기 소진돼 할인금액 지급을 잠정중단했다. 대신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탐나는전 카드형을 이용할 경우 5~10% 현장할인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탐나는전 할인발행을 재개했다. 12월 초에는 할인발행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1인당 월 할인 구매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20만원 늘리기도 했다. 당시 탐나는전의 할인발행 혜택과 현장할인 혜택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이중 할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다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12월 말쯤 탐나는전의 카드 충전과 지류 상품권 구매시 제공되는 10% 할인 혜택이 중단됐다. 도는 추가 예산이 확보되면 할인혜택 제공을 재개하기로 했다. 할인혜택은 중단됐지만 탐나는전 가맹점 중 연 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탐나는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주어지는 5∼10% 할인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탐나는전의 누적 발행액은 지난해 기준 9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기준 제주 전체인구 67만8373명의 약 78%인 53만여명이 가입된 상태다. 다만, 통계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중 일부는 관광객 등 타 시.도민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anewel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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