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추진 문제로 선흘2리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풀리질 않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와 선흘2리 마을 이장이 만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만남을 기점으로 마을 이장이 사업 반대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서 원 지사가 주민자치에 개입하고 사업승인을 위해 사업자를 도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 투자유치과가 원 지사와 선흘2리 마을 이장 정모씨가 비밀리에 만났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대책위는 지난 19일 고영만 제주도 투자유치과장 등 공무원 3명과 제주도청 별관 4층 자연마루에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한 주민이 “원 지사와 정 이장이 만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고 과장이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다 나중에야 만남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만남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대책위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마을에는 '원 지사가 불러 정 이장이 비밀리에 도청에 다녀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이 시기는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시기”라고 말했다.
반대대책위는 “당시 원 지사가 선흘2리 이장을 도청으로 직접 불러 이야기할 주제는 제주사회에 큰 논란이 되고 있던 동물테마파크 문제밖에 없다”며 “이 만남을 동물테마파크 사업변경 승인을 담당하는 투자유치과에서 시인했다는 것이 이 만남의 주제와 내용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대책위는 또 “원 지사와의 만남에 대해 정 이장은 최근까지 부인해 왔다”며 “제주도정 또한 그 동안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부적절한 만남이 아니었다면 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만남 이후 정 이장이 사업에 반대해던 입장을 갑자기 철회하고 사업 찬성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이장은 이 만남이 있기 전인 4월에서 5월에 걸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이후 사업 찬성쪽으로 돌아서 7월26일에 사업자와 만나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반대대책위는 “주민들 몰래 원 지사와 정 이장이 만난 이후 정 이장이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였다”며 “이 만남의 성격과 내용의 부적절성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대책위는 “이 만남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원 지사가 일개 사기업을 위해 도지사라는 권력을 남용, 주민자치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지금이라도 당시 이장이자 반대대책위원장이었던 정씨와의 만남 일시, 장소, 배석자, 대화 주제와 내용 등 일체를 근거자료와 함께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원 지사와 정 이장의 단독 비밀회동은 사실무근"이라며 "지난 5월29일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자 측의 요청으로 사업자측과 제주도청 투자유치과장 및 팀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공식 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 당시 선흘2리장이 반대대책위원장 및 이장 자격으로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역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위원회와 협의해 상생방안 마련을 잘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