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창리 앞바다에서 중국 남송대 인장(印章)과 인장함이 발견됐다. 남송시대(南宋, 1127~1279) 인장과 인장함이 함께 발견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국립제주박물관과 공동으로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인근해역을 조사한 결과 국내 최초로 900여년 전 중국 남송대 인장과 인장함을 함께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인장은 모두 두 개가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신창리 포구와 포구 서쪽에 자리잡은 마리여 등대 사이 해역이다. 두 개의 인장과 인장함은 해저에 있는 바위 사이 모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두 개의 인장 중 하나는 1.7cmX1.7cm, 높이 2.3cm 크기로 정사각형 도장 몸체 위에 단순한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모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인장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이 글자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글자를 파자하고 다시 조합을 해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글자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근봉’(謹封)이라는 글자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근봉은 ‘삼가 봉한다’는 의미다. 인장은 서신을 발송할 때 봉투에 찍거나 물건을 포장하고 그 위에 찍는 용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면에 새겨진 글자 획 사이에는 붉은색 인주까지 일부 남아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하나의 인장은 1.4cmX2.8cm, 높이 2.2cm 크기다. 인면(印面)에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이 문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여러가지로 추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양의 상부는 동전모양으로 추정되나 명확하지 않고 하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인장함은 조각으로 발견됐다. 원래의 형태를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사각형 몸체에 뚜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분은 납과 주석이다.
이번 인장 발견은 1975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선'에서 출토된 인장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인장함이 함께 발견된 것은 첫 사례다.
문화재청은 이 인장이 남송과 고려, 일본을 왕래하던 무역선에서 실제 사용된 인장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인장과 함께 400여점의 도자기 조각들이 함께 발견됐다”며 “이는 중국과 한국, 일본 간의 해상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들이다. 삼국의 해양교류 등 관련 연구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아마미오섬(奄美大島) 쿠라키자키(倉木崎) 수중유적에서도 같은 양식의 도자기들이 확인되었다. 인장의 경우 선박에 타고 있던 상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특히 해양교류 등 관련 연구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국립제주박물관과 공동으로 제주 전 해역에 대한 수중문화재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번 인장과 인장함이 발견된 신창리 해역은 이전부터 많은 유적들이 발견된 곳이다. 첫 시작은 1983년이었다. 그해 3월 해녀가 조업 중 금제유물을 발견,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해 4월부터는 문화재관리국의 탐사가 있었다.
1996년 12월에는 제주대박물관에서 이 해역을 추가 조사하던 중 중국 남송 시대 도자기를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남송대 도자기 조각 500여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