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그들의 민선 제주도지사 선거공작사

  • 등록 2018.06.01 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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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우근민 전 지사의 추억이 깃든 '우근민-문대림 동맹'

 

 

1995년 민선 1기 6·27 제주도지사 선거일 직전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제주의 한 유력일간지 신문을 받아든 취재기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이 신문의 1면 사진때문이었다.

 

당시 선거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구범 후보와 집권여당이자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나온 우근민 후보 간의 각축전이었다. 당시는 야외유세 군중의 규모로 각 후보간 지지세와 판도를 예측하던 시절이다. 그렇기에 취재기자들은 현장에 몰린 군중과 지지자들 규모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였다. 선거일 직전 똑 같은 날 열린 두 후보의 대규모 마무리 유세에서 기자들은 이구동성 신구범 후보의 숫적 우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음날 받아든 신문의 1면 사진은 그 반대였다. 아무리 봐도 우근민 후보 측의 군중수가 신 후보 측 유세군중보다 많아 보였다. 하지만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던 기자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우 후보 측 유세현장의 앞 자리를 차지한 특정 인물이 세 번이나 겹쳐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을 합성, 지지군중이 더 많아보이도록 한 고의적 사진조작이었다.

 

민선 2기인 1998년 그 시절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제주지사 후보 경선은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경선이다. 도지사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대의원은 고작 99명이었다. 지금처럼 수만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과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99명의 선택으로 집권여당의 제주지사 후보를 정했다.

 

그 경선은 그해 4월30일 오후 제주시민회관에서 치러졌다. 이 경선에 나선 후보는 당시 현직인 신구범 지사와 민선 1기 선거에서 패배한 우근민 후보였다. 경선후보의 입장에선 ‘리턴매치’ 성격인데다 극소수의 대의원이기에 일일이 만나 설득하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정작 신 후보는 경선 전날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신 전 지사의 회고록 <삼다수하르방, 길을 묻다>에서의 증언.

 

“그렇게도 찾을 수 없었던 그들은 여러 대의 검은 색 세단 승용차에서 한 무더기로 내렸다. 40~50명의 대의원이 동시에 (경선 당일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선의 투표권을 가진 그 99명의 대의원들은 핸드폰도 반납한 채 그렇게 한 곳에서 하룻 밤을 지새고 경선장에 도착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제주도의회 의장을 지냈던 그가 바로 상대후보의 경선대책을 총괄지휘했다. 제주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그의 역량이 기가 막힐 정도로 돋보였다.”

 

99명의 선택은 간단했다. 우근민 후보는 1명의 무효표를 제외, 64표를 얻어 34표를 얻은 신 후보를 제끼고 완승, 집권여당의 후보가 돼 본선에서 당선됐다. 그 시절 우근민 후보의 경선대책을 총괄지휘한 이는 바로 지금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다.

 

 98년 6.4지방선거 막판은 더 기가 막혔다. 선거일 이틀 전 마지막 대규모 군중유세에서 선관위는 우근민 후보측의 종합경기장 유세를 모니터링 한 뒤 “유세군중을 만들어내기 위해 79대의 전세버스를 이용, 조직적인 동원이 벌어졌다"는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결과는 우근민 캠프 측 한 인사만 책임을 지고 감옥으로 가는 것으로 끝났다.  

 

 

2002년 민선 3기 선거는 공작과 비방, 허위사실 유포가 판을 친 선거였다.

 

그해 2월 제주여민회가 당시 현직인 우근민 지사의 성희롱 사건을 폭로, 선거판의 초대형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 사안은 검찰수사로 이어지면서 사건의 본질과 달리 당시 선거의 상대방이자 야당 후보로 나온 ‘신구범 배후설’로 변질됐다.

 

여기에 더해 우근민 후보는 “신구범 후보가 재임시절 감귤을 파묻었다”는 이슈로 치고 나왔다. 1998년 민선 2기 선거 시절 5월16일 제주KBS의 도지사후보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신 후보는 재임시절 2만8천톤의 감귤을 땅에 파묻었다”고 말하는 것을 필두로 각종 토론회와 유세에서 “신구범은 감귤을 파묻었다”고 주장했던 그는 2002년 민선 3기 선거에서도 이 전술을 썼다. 감귤을 피땀 흘려 애지중지 키워낸 농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기가 막힌 전술이었다. 2002년 6·13선거를 앞둔 6월9일엔 제민일보 1면에 “신구범 후보가 감귤을 수매해서 방법이 없으니 전부 파묻었다”고 광고까지 했다. 급기야 선거직전인 그해 5월26일 ‘감귤을 매립한 현장’이라며 안덕면 한 목장부지로 기자들을 불러 “이제 사실임이 증명됐다”고 열을 올렸다.

 

당시 패자인 신구범 후보는 훗날 “2만~4만톤의 감귤을 파묻으려면 땅 속에서 걷어낸 흙만으로도 제주에 새로운 ‘오름’ 하나가 등장할 규모다. 나 역시 미친 사람은 아니기에 그럴 일은 없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당했다. 진실을 말할 틈도 없이 선거 막판 쏟아낸 한방의 거짓말로 누명을 뒤집어 썼다”고 말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매립된 감귤이 신구범 전 지사의 소행(?)이라고 볼 여지는 없었다. 지금도 그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 현장을 신구범 후보는 모르는데 상대방은 어떻게 알았을까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02년 6·13 선거를 앞두고 우근민 후보는 신구범 후보를 향해 축협중앙회장으로 있을 때 대우채권을 사서 5100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주장도 폈다. 투표일 이틀 전인 6월11일엔 한라일보 1면에 ‘이런 사람은 절대 안된다’는 광고를 내고 “신구범 후보는 축협중앙회장 때 마치 구멍가게 처럼 전횡을 부리다 마침내 재정을 파탄시킨 사람이다”고 알렸다.

 

2002년 6·13선거는 우근민 후보의 재선으로 승부가 갈렸다. 하지만 훗날 그는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렸고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비방 등 6건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됐다. 그리고 그는 결국 2004년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당선이 무효가 돼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6년의 시간이 흘러 우근민 후보는 다시 등장했다. 그가 등판한 2010년 6월 민선 5기 지방선거판에서도 황당한 일은 또 벌어졌다. 한 인터넷 언론은 도지사 후보 중 한 유력후보의 사생활 의혹을 선거일 직전 집중보도했다. 당시 보도내용을 접한 기자들은 “문체도 기존의 보도와 다르고 내용도 의도적으로 상대방 후보측에서 고의적으로 흘린 걸 그 언론이 그대로 받아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언론은 보도의 당사자가 낙선한 뒤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려 검찰 등 사법당국을 오갔다.

 

그 시절 당선자 역시 집권여당인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고 무소속으로 등판한 우근민 후보다. 다른 건 낙선자가 현명관 후보라는 점이다.

 

우근민 전 지사는 관선 두번, 민선 세번에 걸친 제주지사 경력과 12년여의 재임기간을 뒤로 하고 4년 전인 2014년 6월 말 퇴임했다. 그리고 현재 부영그룹 고문의 역할을 맡고 있다.

 

 

원희룡 후보와 문대림 후보의 민선 7기 선거판 공방이 치열하다. ‘타미우스 골프장 명예회원권’ 문제로 곤욕을 치른 문 후보는 ‘비오토피아 특별회원’으로 원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기에 그가 내세운 ‘증거’는 ‘추론의 단서’이자 ‘정황상 의심’할 여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증거’가 아니다. 다분히 ‘억지성’이자 ‘논리의 비약’이다. 지금껏 제시한 어떤 문건과 자료로도 원 후보와 그 부인이 비오토피아에서 특별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할 여지는 없다는게 지배적인 중론이다.

 

추악한 민선 제주지사 선거판이 재연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 후보가 그렇게 '정치스승'으로 삼았던 우근민 전 지사의 향기가 이번 선거판에서 코를 찌른다. 경쟁후보들이 이를 공박하고 있지만 이를 부인하는 문 후보의 반박은 없다. 그렇다면 문 후보가 말하는 ‘무지개 연정’은 진보진영의 연합이 아니다. ‘우근민-문대림 동맹’에 불과할 뿐이다.

 

‘선거판의 추악한 공작’이 더 이상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공작이 통하리라고 보기에 그대들은 ‘구시대의 적폐’라고 불린다. 그저 집권여당의 외피를 걸쳤다고 그 본색이 감춰지는 건 아니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양성철 발행.편집인 j1950@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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