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에 속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1리 주민들이 반대투쟁을 공식화했다. 전국 환경단체와 연대, 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산1리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찬률 이장)는 1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부지 선정을 강력히 반대하며 모든 세력과 연대해 저지 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마을회는 "수산은 설촌 1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을인데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원희룡 도정은 지역주민이 안중에 있느냐. 주민의견 수렴없이 제2공항 부지를 결정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수산1리 비대위는 "우리는 이 땅의 주인이며 이 땅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제2공항 계획이 백지화되지 않는다면 후손들은 더는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공언했다.
제2공항 부지 선정에 따른 유착 의혹과 전면수정 요구도 제기했다.
비대위는 제2공항 부지를 결정한 연구용역진 책임자가 대한항공과 관련 있는 정석학원의 한국항공대 교수란 이유를 들어 "제2공항 연구용역 총괄 책임자인 김병종 교수가 속한 한국항공대 재단 정석학원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이사로 돼 있다"며 “제2공항 부지가 대한항공을 위해 변경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석학원의 비행훈련장인 서귀포 표선면 정석훈련장과 비행구역이 중첩되자 제2공항을 해안형에서 내륙형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또 공항 부지와 인접한 곳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67호인 수산동굴이 “용역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아 공항이 건설되면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수산굴은 세계자연유산적 가치가 있는 '가'급으로 분류된 곳으로 최근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 후보군에 선정된 용암동굴이다.
비대위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마을, 환경단체 등 모든 세력과 연대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0일 서귀포시 성산읍 495만㎡ 부지에 사업비 4조1000억원을 들여 길이 3.2㎞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짓는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공항부지에는 성산읍 온평리, 신산리, 난산리, 수산 1·2리, 고성리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온평리, 신산리, 난산리, 수산1리가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인구 900여명의 수산1리는 제2공항 부지에 129필지가 포함됐다.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활주로가 마을 중심과 1km 거리에 불과, 소음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