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전 제주지사가 고인(故人)이 된 아내의 뜻을 기려 제주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회를 설립했다. 정치인생을 접고 새로이 시작한 그의 새 인생이자 아내를 향한 그의 사부곡(思婦曲)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9일 뜻을 같이 해온 지인들과 함께 ‘교사 강경선 장학회’를 설립하고, 그의 제주시 삼도1동 자택 대문에 장학회 현판을 내걸었다.
그의 아내 강경선 여사는 지난해 6월 오랜 기간의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교사로 재직했던 아내의 뜻을 기려 후학 양성에 조금이나마 보태겠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의 부인은 25년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평소 청소년 교육·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사업을 위한 종잣돈은 고인이 남편에게 남긴 퇴직연금이다.
김 전 지사는 “집사람이 남긴 돈으로 내가 술을 먹겠나, 용돈으로 쓰겠나”고 반문한 뒤 “교직에 몸담았던 아내의 뜻을 이어갈 방법을 궁리하다 주변 사람들과 뜻을 모으게 됐다”고 장학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소박하게 출발했지만 장학회를 더 발전시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며 마음을 전했다.
‘교사 강경선 장학회’는 고인의 모교인 서귀포시 효돈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고인은 이 학교 15회 졸업생이다.
그 첫 출발로 다음달 13일 예정인 효돈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 전 지사는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집사람의 뜻이 이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집사람 고향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여러 사업들을 펼쳐갈 생각”이라고 구상의 일단을 말했다.
그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주변에서 응원이 많아 쑥스럽다”며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퇴직연금은 연금 수령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배우자가 1순위)이 사망할 때까지 대신 연금수령액의 70%를 매달 받는다.
김 전 지사는 2013년 말 그가 지사 재임시절 이뤘던 특별자치도 구상 등을 정리한 자서전을 묶어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2014년 6·4지방선거 불출마’와 정치일선 은퇴의 뜻을 밝혔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