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이 제주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다.
제주대학교는 10일 진 관장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옛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에서 태어난 그는 세살박이였을 무렵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라며 서당교육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멀리 제주시에서 신학문을 배우며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서서히 수집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숟가락ㆍ젓가락 가리지 않고 ‘제주적인’ 민속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학(제주대 국문과)을 다니면서도 그는 제주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남들이 내다 버리는 놋그릇에서 책보따리ㆍ궤는 물론 무당들의 무구(巫具)등 산간 오지에 발품을 팔아 때로는 조르듯 매달려 얻어낸 진귀한 물건들이 그의 품에 모여졌다.
“남들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면사무소 서기를 해 밥벌이를 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엿장수도 버리는 기껏 고물이나 모으러 다니냐”는 어머니의 호통이 있었지만 그를 말리지 못했다. 아내는 설득을 포기하고 아예 해녀일로 그를 도왔다.
그는 대학졸업 뒤 1년여의 대학도서관 사서일을 뒤로 하고 스스로 민속박물관을 차렸다. 1964년 그의 나이 28세때 일인데다 국립 민속박물관도 없었던 당시 국내 첫 사설 민속박물관이라는 것만으로도 그저 놀라운 기록. 1만여점의 그가 모은 수집품과 지인(知人)들의 도움으로 땅을 마련하고 독지가의 도움으로 건물을 올리는 등 그의 친화력도 그런 결실의 한 재산이었다.
“여기 선인의 끼친 자취를 역력히 볼 수 있게 벌여 놓았으니, 이야말로 문화를 애호하는 겨레정신의 발로다.”
그의 민속박물관은 1966년 늦봄 박물관을 찾은 한글학자 고(故) 외솔 최현배(1894∼1970)로부터 이런 극찬을 들었다.
그는 또 ‘제주학’을 주창한 인물이다. 지역연구가 전무하던 시절인 78년 대학교수 등 6명과 함께 현재 제주학회의 전신인 ‘제주도연구회’를 창립했던 주역이 그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50여년간 수집·조사한 민속유물과 고서화, 출판물 및 도서 등 박물관 소장품을 제주대학교에 무상 기증했다.
학위수여식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