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이 주는 의미

  • 등록 2014.01.27 1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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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간이라는 말은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승(交承)하는 기간(期間)”이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여러 신들이 그 임기를 다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운 신들이 부임해 내려오는 기간을 말한다. 즉 제주에는 다양한 가신(家神)이 있다고 믿고 신들이 교대를 위해 하늘에 올라가 지상에는 아무도 없는 기간이 이 신구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주 사람들은 연운(年運)이 불길하거나 길일(吉日)이 나지 않아 채 행하지 못하였던 건축(建築), 변소나 헛간, 정지, 굴묵 등의 수리(修理), 이사(移徙) 등 가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날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믿고 있다.

신구간을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관념하고 믿어오면서 우리의 고유한 풍속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면 그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하나의 이유가 농경사회에서 한가한 농한기에 이사 등 많은 손을 빌어 해야 하는 가사를 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농사일에 접어들어야 하는 입춘(立春) 전에 농사 이외의 일들을 마무리하여 농경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둘째로 미생물의 활동이 가장 미약한 겨울철에 변소나 헛간의 수리 등이 이루어져 전염병의 활동으로 동티가 나는 것을 막았던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화, 정보화 시대를 거쳐 급변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고유의 많은 풍습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다. 생업의 중심이 변했기에 전통적으로만 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유한 풍속을 유지하며 살아온 우리 선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지혜와 땀의 결실을 찾아 오늘에 되살림으로써 제주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우리로 사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정렬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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