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 주택가 한복판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40대 여성은 다른 곳에서 살해된 뒤 용의자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전 9시 22분쯤 연동119센터는 피를 흘리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곧바로 구조대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피해자 오모(43.여)씨는 주차장 바닥에 누워있었고 호흡과 맥박은 멈춘 상태였다.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한라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서성이던 박모(46)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즉시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초 신고자는 다름 아닌 피의자의 가족 중 한명이었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운영하는 제주시 외곽의 한 세탁소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에 미뤄 용의자가 오전 9시쯤 흉기로 여성을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세탁소는 제주시 연동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약 6~7km 떨어진 곳이다.
용의자는 피를 흘리는 여성을 차에 태워 제주시내로 이동했다. 피해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주차장은 용의자 가족이 살고 있는 주택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여성을 살해한 뒤 당황한 나머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여성을 태우고 가족의 집을 찾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차량 안에서는 범행도구로 보이는 흉기도 발견됐다.
피해여성이 숨을 거둔 장소도 의문이다. 최초 범행이 발생한 제주시 외곽 세탁소에서 숨졌는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 용의자의 가족 집 주차장에서 숨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용의자와 가족들은 "여성을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시도하며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가 여성을 태워 이동한 차량은 다름아닌 피해자의 것이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살인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6일 시신 부검에 나서 정확한 사인을 가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