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8)...가지 않은 물길

<선택의 길 중 하나>
  미국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큰 두개의 명절이 있다. 바로 며칠 남지 않은 '추수 감사절(Thanksgiving)'과 크리스마스다.
  송년과 신년맞이는 보통 친구들과 밖에서 즐기지만 이 두 특별한 날은 전통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낸다.
  영어에서 ‘감사하다’는 'Thank'라는 말은 ‘생각하다’라는 'Think'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말이다. 즉, 감사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 고마울 조건과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의 의지로 감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 이런 선택과 해석의 연속이라면 부정적인 해석과 선택 보다는 긍정적인 해석의 관점에서 인생을 볼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것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할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신대륙에서 힘든 첫 해를 보내고 추수감사절을 지켰던 청교도들은 그저 살아 남은게 감사했던 것이다. 풍요로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특별하게 좋은 것도 없었겠지만 그들에게는 그 빈곤마저도 큰 축복으로 여겨졌던 게다.

 

  유례없이 비싸고 치열했던 이번 미국의 대선을 보면서 느꼈던 점, 그리고 바로 코 앞에 닥친 한국의 대선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점 한 가지가 있다.
  주관과 주관이 서로 부딪힐 때 우리는 흔히 사실관계(Fact) 가 객관성을 담보해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실은 같은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에 여전히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싸움이 계속된다.
  제로 섬(Zero-sum) 게임의 원칙만이 지배하는 냉정한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 줄만한 여유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우리도 언젠가는 훌륭한 선택을 내려줄 통 큰 화합의 정치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선택의 길 중 둘>
  지난 여름 가족들을 데리고 일주일간 콜로라도의 록키 산맥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내가 사는 남 캘리포니아와는 사뭇 다른 풍광과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미국이 큰 나라이기는 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는 말도 모자랄 듯 아슬아슬한 록키의 많은 고산 준령을 운전해 넘어가다가 그 이름도 사랑스러운 '러브랜드(Loveland)'고개를 만났다.
  우리 말로 하면 '사랑나라' 쯤 될 법한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8월 말 한여름임에도 군데 군데 지난 겨울에 내린 눈들이 있고 곧 9월부터 새 눈이 내린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서 미국 농무성에서 세워둔 '대륙분계점(Continental Divide)' 표지석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 이 작은 돌 표지판을 두고 멕시코만, 북극해를 아우르는 태평양 수계와 대서양 수계가 갈린다. 즉 이 돌을 기준으로 앞으로 떨어지는 눈과 비는 태평양(서쪽)으로 뒷 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대서양(동쪽)으로 흘러든다.
  비록 물이라고는 하지만 하늘에서는 거의 같이 내려오다가 그야말로 수 센티미터의 다른 선택(?)으로 서로 수 천 마일을 멀리하는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시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록키를 왔다갔더라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아니라 '가지 않은 물길'이라는 시를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물방울이야 태평양으로 가든 대서양으로 가든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수십 억년을 그렇게 해온 걸 굳이 나누어 놓은 조급한 마음의 인간들을 비웃는 듯 하시도 하다.
  크게 또 길게 보면 우리네 인생도 그리 빡빡하게 굴면서 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태평양과 대서양은 어차피 서로 만나게 되어 있지 않던가.
  그리 생각해보니 물방울 보다 못난 인생이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