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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15)...천연안료 없는 한국

 'MB 임기에 맞춰 왜색(倭色)으로 숭례문 도배.’ 한 국회의원이 지난 5일 국정감사 때 돌린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복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숭례문의 단청(채색) 작업에서 “한가지 빼고 9가지 모두 일본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2008년 소실된 숭례문 복원은 국민적 관심사다. 복원과 관련된 모든 게 이슈화됐다. 그래서인지 주무기관인 문화재청은 지난 6월 현장설명회에서 단청은 천연안료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석간주(산화철을 함유한 붉은 흙), 호분(고운 조개 가루), 먹을 제외한 안료와 아교는 일본 수입품을 사용한다”고 미리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국 호분과 먹까지 일본산을 사용하게 됐다.

 

 이런 ‘왜색 단청’은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 문화재 단청은 최근 40여 년간 천연안료 대신 화학안료를 사용해 왔다. 중국제를 많이 사용하던 조선시대에 일부 안료가 국내에서 생산됐지만 근래엔 어떤 천연안료도 국내에선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수요가 없으니 만드는 사람이 없다.

 

 왜 천연안료를 안 썼을까? 1970년 숭례문 단청을 다시 하면서 천연안료를 사용했는데 3년 만에 단청이 벗겨졌다. 자동차 매연 등 대기오염 때문이었다. 천연안료에 포함된 철ㆍ납 성분이 대기 속 이산화탄소ㆍ황 성분과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 단청에서 천연안료가 사라졌다.

 

   그런데 숭례문 복원이 천연안료를 재등장시켰다. ‘전통기법 복원’이라는 대원칙이 실상을 무시한 전통안료 사용 결정을 하게 한 것이다. 천연안료가 몇년 내 개발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수입해야 하고, 전통방식 단청이 대기오염에 약하다는 걸 관계 전문가는 다 아는데 강행됐다.

 

   예상대로 국산 천연안료 확보가 난제였다. 안료 재료인 뇌록(회녹색)이 포항 장기면에 있는 건 알지만 안정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숭례문에 사용할 순 없었다. 다행히 석간주는 울릉도 주토를 화장품 용도로 써 오던 회사가 있어 생산을 맡길 수 있었다. 호분은 납품을 의뢰한 회사가 품질기준에 맞는 물량을 대지 못해 대부분 일본산으로 써야 했다.

 

 

 

  아교도 문제였다. 단청 접착력을 위해 많이 필요한데 천연 아교는 사라진 지 오래다. 화학제인 아크릴에멀젼이 사용됐다. 문화재청은 서둘러 2009년 모 교수가 개발한 국산 아교 검증에 들어갔다. 결론은 “사용하기 힘들다”였다. 또 일본산으로 결말이 났다.

 

   이 같은 일본산 집중은 100여 년간 천연안료 단청을 꾸준히 해온 곳이 일본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국서도 천연안료 단청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번 국감 때 방염제 미사용도 문제가 됐다. 방염제는 화학안료 단청도 변색시키고 채색면이 벗겨지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숭례문 천연안료 단청에 기존 방염제를 쓸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이렇듯 천안안료 단청과 관련해 모든 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게 국내 현실이다. 단청을 맡은 무형문화재 장인도 처음 천연안료로 시공해 보는 것이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문화재청은 그간 국산 천연안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석채(石彩) 원석을 구하기 위해 네팔ㆍ부탄 지역까지 다녀왔다. 그러나 전통단청 추진은 무리였다. 덕분에 일본업체만 살판이 났다. 벌써 한국지사 홍보사이트에서 “숭례문 천연안료 납품 업체”임을 뽐내고 있다.

 

   아무리 깊고 그윽한 색을 내더라도 우리 국민 정서상 국보 1호의 일본산 안료 단청은 “NO!”다. 문화재청이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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