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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창업주, 항공료 인상 로비로 조성된 비자금 떼 주겠다" 발언 폭로
<제이누리> 회고록서 비화 공개…'바가지 항공료' 비자금 세탁 '파문' 예고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1996년 한진그룹과의 '물 소송' 과정에서 당시 조중훈 회장(2002년 작고)이 차기 도지사 선거자금과 1997년 대선에서 차기 도지사후보 공천로비용 정치자금 모두를 지원하겠다며 자신을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생수시판 허용문제와 맞물려 도지사에게 정치자금 제의가 있었다는 당사자 증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전  지사는 특히, 당시 일기와 메모 형태로 기록한 조 회장과의 대화록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선거자금은 항공료 인상을 위한 정부 로비 자금 중 비자금을 조성해 떼어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신 전 지사는 26일 <제이누리>에 단독연재 중인 회고록 [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 같은 비화를 공개했다.

 

신 전 지사는 "1996년 9월 28일 조 회장으로부터 만나자고 연락이 와 오후 3시 제주KAL호텔 2층 소연회장에서 단독 회동을 했다"며 "조 회장이 '지난 일(물 소송 관련 법적 다툼)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도지사와 내가 싸우는 것은 서로 달걀로 바위치기다. 둘 다 손해다. 앞으로 유 사장<당시 제동흥산(현 한국공항) 대표>에게 모든 것을 지시해 놓겠다. 잘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썼다.

 

제주도는 지난 1995년 한진그룹 산하 ㈜제동흥산에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위한 지하수이용허가를 하면서 전량 수출 또는 주한 외국인에 대해서만 판매를 해야 한다는 부관(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제동흥산이 이에 불복, 건설교통부로부터 부관 취소 행정심판 재결을 받자, 제주도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한진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진행형인 한진과 제주도의 물 전쟁은 이 때 부터 시작됐다.

 

 

신 전 지사는 회고록에서 "당시 소송의 핵심은 제주도 지하수를 '장사를 하기 위한 원자재'로 본 기업과 '지켜야 할 자원'으로 본 공익기관인 제주도와의 분쟁이었다"고 썼다.

 

1996년 6월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진 대표이사 이모씨(조 회장 조카 사위)를 특사 자격으로 신 전 지사에게 보냈다. 신 전 지사는 "당시 그가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갖고 왔다. 하지만 그대로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대법원까지 가서 결판을 냅시다. 아마 몇 년이 걸릴텐데 그 동안 제주도지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이 대표에게 말했다"고 했다.

 

신 전 지사는 "도지사 권한으로 면세점과 목장, 비행훈련원, 호텔 등 어느 곳이든 한진그룹 계열 제주도내 모든 사업장에 대해 손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도무지 협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정말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생각이었다.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는 '알았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회고했다.

 

당시 한진 조중훈 회장이 신 전 지사에게 독대를 요청한 배경이다.

 

◇"도지사 당선 축하 오찬서, '제주 물로 돈 벌 생각 없다'"

 

신 전 지사는 1996년 9월 28일 조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 회장이 다시 한 번 협력을 당부하자 "지난 이야기는 할 필요 없다. 조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 내게 한 이야기, 제가 조 회장에게 드린 말씀이 잘 지켜지기만 하면 된다. 조 회장의 뜻이 현지에 잘 전달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꽈배기 꼬듯'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 번 신뢰했으면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고 썼다.

 

그 일이 있기 1년 전 조 회장은 제동목장에서 마련한 도지사 당선 축하 오찬에서 신 전 지사가 '제주도 지하수 갖고 물 장사 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주 물 갖고는 돈 벌 생각 없다. 나에게 물은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布施, 남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봉사하고, 친절한 말을 건넨다는 불교 용어) 같은 것이다. 나는 물로 보시를 하고 싶다'"고 제주도 물로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오찬에는 신 전 지사 부부와 조 회장 부부, 그리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현 한진그룹 회장이 동석했다.

 

◇"대선과 차기 도지사 선거에 필요한 자금 모두 내겠다"

 

신 전 지사는 "조 회장 특사 자격인 한진 대표에게 면박을 준 일이 있은 뒤 조 회장과의 단독 회동 자리에서 조 회장이 불쑥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며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조 회장이 '내년(1997년)에 대선이 있다. 대선을 통해 차기 도지사 선거(1998년 6·4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도지사로서 대선에 필요한 정치자금과 도지사 선거에 필요한 선거자금 모두를 내가 내겠다'"라고 조 회장이 자신에게 정치자금과 선거자금 지원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느닷없는 제안이어서 '도대체 그 많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말이냐'고 묻자 조 회장이 '그 정도 돈은 쉽게 조달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 로비를 하면서 항공운임을 인상하게 되면 비자금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비자금이 조성되면 거기서 떼어 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고 당시 조 회장이 밝힌 비자금 조성 비화를 폭로했다.

 

신 전 지사는 "조 회장에게 ‘고맙지만 사양한다. 약속한 대로 생수판매사업만 확실히 포기해 달라'고 하고 그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신 전 지사는 "멀리 내다보고 나를 매수하려는 것인 지, 아니면 대기업 회장으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비자금 이야기를 꺼내 신뢰를 쌓겠다는 것인 지 그 진의를 알 수 없었다"며 "도민들이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어쩔 수 없이 뭍으로, 고향으로 오고 갈 수밖에 없던 그들의 알토란 같은 돈이 항공료 인상 과정에서 비자금으로 세탁돼 선거자금으로 쓰인다는 그 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언론사주, ‘道가 경영에 대해 뭘 아느냐…원수대나 받고 물 팔면 된다’"

 

신 전 지사는 한진과의 생수 시판을 둘러싼 법적 소송 과정에서 지역 언론사주의 개입과 압력 사실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한진과 법적 다툼을 벌이던 1996년 2월 도내 한 일간지 회장과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비화를 소개했다.

 

신 전 지사는 "언론사 회장이 '제주도가 경영에 대해 뭘 아느냐? 우리는 실물경제를 안다. 제주도는 대한항공에 원수대나 제대로 받고 물을 팔면 될 것 아닌가'라며 원색적인 말을 거침없이 해댔다"며 "그에게 '대한항공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거냐? 더 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사 회장은 자신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표현은 거의 한진그룹 대리인격이었다. 그 동안의 경과와 제주 지하수의 공익적 개발의 필요성을 소상히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소개했다.

 

◇"틈만 나면 증량 요청…도민 무시라고 판단해 공개 결심"

 

신 전 지사는 조 회장의 선거자금 제의 사실 폭로배경에 대해 <제이누리>와의 인터뷰에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미 고인이 된 분의 인격을 존중해 묻어두려 했지만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이 틈만 나면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요청하고, 사실상 생수시판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며 그들의 제주도민 무시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봤다"며 "지금이라도 고인의 뜻을 받들고, 제주사회에 공언했던 대로 약속을 지켜 기업윤리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의 지하수는 이제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 어업·광물자원처럼 특허(면허)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마땅히 보전에 나서야 할 제주도 집행부가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 신청안을 받아들이고 도의회에 지하수 증량을 허용해달라는 동의를 요청하는 배경과 연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제주도와 한진 간 '물 분쟁' 일지.

 

▲1984. 08 = 한진그룹 계열 제동흥산 지하수 월 3천t 취수 허가

 

▲1995. = 제주도, 제동흥산에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위한 지하수 이용허가를 하면서 '전량 수출 또는 주한 외국인에 대해서만 판매 제한' 부관(조건) 명시.

 

▲1996.02 = 제동흥산, 먹는샘물 부관 취소 요구 건설교통부에 행정심판 제기, 광주고법제주부에 행정 소송 제기

 

           먹는샘물 조건부 재이용 허가 관련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제동흥산, 먹는샘물 관련 가처분 신청 취하

 

▲1996.09 =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신구범 지사에게 "생수 국내 시판 않겠다" 약속

 

▲1996.12 = 제동흥산 국내시판 금지 조건으로 지하수 재이용 허가(월 3천t)

 

▲1998.05 = 대법원, 제주도 지하수 이용허가 처분 중 부관취소 행정소송 기각

 

▲1998.05 = 제주도, 대법원 결정에도 제동흥산 먹는샘물 국내 시판 불허

 

▲2001 =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 월 2500t으로 변경

 

▲2003.11 = 월 3천t으로 변경

 

▲2005.01 = 한국공항, 먹는샘물 '계열사 판매'로 제한한 결정이 위법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제기

 

▲2006.12 = 광주고법, 항소심서 1심 판결(제주도 승소) 취소, 한국공항 승소 판결

 

▲2007.04 = 대법원, 한국공항 승소 확정 판결

 

▲2007.04 = 제주도, 지하수 취수량 반출량 제한, 사기업 먹는샘물 판매 금지 조치

 

▲2011.04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 증량(월 3천t->9천t) 동의안 상정 보류

 

▲2012.04 = 한국공항, 제주도에 취수량 증량(월 3천t->6천t) 허가 신청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 의결, 도의회에 동의안 제출

 

▲2012.06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 증산 동의안 의결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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