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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6) 레드우드 트리의 지혜

간만에 안부 전해드립니다. 여기 남 캘리포니아는 봄날 같지 않게 어제 오늘 가랑비가 간간이 흩날립니다. 이러다가 또 한여름같이 더워지곤 해서 감기환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원래는 6월 부터 한 달 가량 계속 되는 June Gloom(오전에 흐리고 오후에 개는 남가주의 특이한 기후 현상)이 벌써 시작된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여기 와서 신기했던 것이 한국과는 다르게 비가 오는 겨울에는 풀이 새파랗게 돋아나는데 햇볕이 따가운 여름에는 잔디가 다 누렇게 말라 죽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산불도 나무와 풀이 잔뜩 마른 늦여름에 자주 일어납니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계절과 어긋난 듯해 보이지만 캘리포니아 해안지역의 반사막 (semi-desert) 기후에 절묘하게 적응한 생명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돌봐 주는 사람 없이 수십만 년을 저렇게 잘 살아왔을 풀과 나무를 보면서 오히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비춰 보게 됩니다.

 

 

어느 학회에 참가 했던 저명한 인류학자에게 누가 질문을 했습니다. "어느 특정 문명의 존재 유무를 살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첫 번째 단서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여학자에게서 참 의외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잘 아문 대퇴골(a healed femur) 입니다." '토기 파편'이나 '주거 구조물' 같은 정형적 대답을 예상했던 사람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원시 수렵 채취 사회에서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가 다 나았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다친 사람을 잘 돌보아 주었다는 것입니다. 동정심(compassion)이야 말로 내가 보는 인류 문명의 시작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것이 서로를 배려해주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선거를 전후해서 미국까지 들려오는 한국의 어지러운 정치판 소식이나 남북의 갈등, 좌우 이념의 기싸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같은 대립의 양상들이 우리 본연의 모습은 아니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정치권력이나 경제 헤게모니에 관한 대결에서는 여기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는 올해의 미국 대선구도를 지켜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동정심은 없는듯 합니다. 물론 정해진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겨룬다는 변명은 있지만 '이긴 자가 다 가져가기 (Winner Takes All)'라는 정치게임의 논리는 참으로 비정하고도 처절합니다.

 

 

우리 삶의 질이 많이 나아진 듯해도 인간의 성정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러진 대퇴골은 많은데 다 나은 대퇴골은 찾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생명체라고 일컫는 캘리포니아의 Redwood Tree는 큰 군락을 이루어서 자라는데 어느 정도 높이가 되면 서로가 서로의 나뭇가지들을 받쳐서 하나의 거대한 지붕을 만듭니다. 그 어떤 모진 비바람이나 강한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 설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합니다.

 

수천년의 질고를 같이 견뎌낸 지혜이자 상생의 비밀입니다.

 

 

▶레드우드
=소나무목 측백나무과다. 학명은 Sequoia sempervirens. 미국과 뉴질랜드가 원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다.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일본에서 자라는 삼나무와 비슷하여 미국삼나무라고 부른다. 주로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지역에 서식하여 'Coast Redwood' 또는 'Califonia Redwood'라고도 한다. 수령은 2500~3000년 정도이며 최대높이가 112m나 된다. 나무가 높아질수록 물관이 전달하는 물의 높이가 제한되기 때문에 수분의 25~50%를 안개에서 얻는다.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에는 약 680kg의 수분을 흡수한다. 여름에 많은 성장을 하며 최대 매년 1.8m식 자라고 300년이 지나면 100m이상의 거목이 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기로 인해 강수량이 많은 산에서 자란다. 열매를 맺는 주기는 보통 10년인데 그때마다 수백만 개의 씨앗을 뿌린다. 부피가 크기 때문에 거목 하나만으로 2천개의 탁자를 만들 수 있다. 불에 타지 않는 성질과 썩지도 않는 장점이 있어 미국에서는 목책으로 쓰였다. 레드우드국립공원에 가면 나무길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미국 서부에서 벌채 사업을 하는 원인이였고, 현재는 95%의 레드우드가 벌채되었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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